<창간 21주년 특집-‘정주영 창업경진대회’ 大賞>아이디어 바꾸기 2060번째… 8년 뚝심, 마침내 일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제1회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벤처기업 엑센의 김준웅(오른쪽) 대표와 박진수(왼쪽) 기술이사가 지난 10월 16일 대전 유성구 구성동 카이스트 응용공학동 1층 신소재공학과 실험실에서 환하게 웃으며 낙스 센서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대전 = 신창섭 기자 bluesky@munhwa.com

“수천 번의 실험을 하면서도 성공하면 반드시 팔린다는 확신을 갖고 기술 개발을 했습니다. 뚜렷한 목표와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아마 새벽까지 이어진 그 수많은 실험실의 나날을 버틸 수 없었을 겁니다.” 지난 8월 아산나눔재단이 주최한 제1회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벤처기업 엑센의 김준웅(36) 대표와 박진수(36) 기술이사는 8년의 세월을 이같이 회고했다.

지난 10월 9일 대전 유성구 관평동 한밭대 대덕캠퍼스 기술상용화센터 501호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와 박 이사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산전수전을 다 겪은 듯한 외양을 풍겼다. 하지만 ‘벤처기업가’라는 호칭이 딱 어울리는 강한 도전정신이 그들의 말 속에서 배어 나왔다. 두 사람은 이날도 자신들이 개발한 제품을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효과적으로 상용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골몰하고 있었다.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NOx)을 측정하는 장치인 ‘낙스(NOx) 센서’로 무려 900개가 넘는 팀을 제치고 1위에 오른 엑센의 ‘성공 신화’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지난 2004년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박사과정 중 새로운 자동차용 가스 센서 개발에 의기투합한 김 대표와 박 이사는 우선 뚜렷한 목표부터 정했다. 2015년부터 디젤 상용차를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배기가스에 대한 환경 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에 제품이 좋으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기본 바탕이 됐다. 두 청년창업가는 시장 분석을 통해 세계 유수의 자동차부품회사들이 제대로 된 ‘낙스 센서’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박 이사는 “자동차 배기가스로 일산화질소(NO)와 이산화질소(NO₂)가 모두 나오는데, 성질이 다른 두 가지 가스를 동일한 가스로 인식해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야 낙스 센서의 구조가 단순해지고 이는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다행히도 일본의 NGK라는 회사만 낙스 센서 상용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회사 제품은 NO₂를 NO로 단일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 구조가 복잡하다. 김 대표와 박 이사는 일본 회사의 성공에 주눅들지 않고 자신들의 애초 계획대로 밀고 나갔다. 8년이라는 산고 끝에 드디어 지난해 단순한 구조의 낙스 센서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이 제품의 개발 과정은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수많은 ‘시행착오(trial and error)’를 거치며 아이디어가 바뀔 때마다 낙스 센서에 붙인 ‘넘버’ 무려 2060번이었다. 엑센의 또 다른 주력 제품인 ‘공기 질 측정기’는 3000번까지 이어졌다. 한마디로 수천 번의 실험을 하면서 서로 다른 센서를 만들어낸 것이다.

30대 초반 주말부부 생활을 하면서 밤샘 연구를 밥 먹듯이 했다. 김 대표는 “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은 뒤 직원들과 회식을 하면서 그동안 휴가 한 번 안 갔으니 가족들과 한 번 놀러 가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하지만 곧바로 공기 질 측정기 판매를 위해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김 대표와 박 이사는 다른 벤처기업처럼 기술 개발 과정에서 자금 조달이나 마케팅 분야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정부가 이들의 기술력을 인정해 그동안 3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해줘 개발이 가능했다.

동갑내기 이들 벤처기업가는 또 다른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다. 첫 번째는 내년까지 낙스 센서를 상용화해 일본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다. 많은 난관이 있을 테지만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확신하고 있다. 또 하나의 도전은 머지않은 장래에 국내에서 가스 센서 분야의 최대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정보기술(IT) 분야 등에서 일확천금을 노리고 아이디어로 승부하려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전통 제조업으로 승부를 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들의 불굴의 창업가 정신이 결국 결실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대전 = 김충남 기자 utopian21@ 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