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차 큰 정책공약… 결국 ‘담판’으로 가나

문재인 민주통합당·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11일 각각 대선용 종합 공약을 발표했다. 두 사람의 정책은 지향점에서 ‘공통분모’가 많지만 차이도 적지 않다. 12일 단일화 방식 협상팀은 물론이고 경제복지정책팀과 통일외교안보정책팀이 꾸려져 양측의 단일화 과정은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지만 정책 노선의 차이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차이가 많은데도 하나의 정책으로 내세우는 그 자체가 구태 정치로 보일 수 있다. 안 후보는 새정치의 명분을 쥐고 있고, 문 후보는 정당 후보로서의 책임감을 강조, 정책 면에서 각각 물러설 수 없는 이유를 갖고 있다.

재벌개혁 분야의 경우 각론에서 이견이 크다. 문 후보는 신규는 물론 기존 순환출자 해소,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등 강도 높은 재벌개혁 규제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일단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되 기존 순환출자분에 대해서는 재벌의 시정 노력을 평가한 뒤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출자총액제한제 부활에는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외교·안보 분야다. 문 후보는 진보적 성향인데 비해 안 후보는 중도·보수에 가깝다. 문 후보는 금강산관광을 즉시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남북정상회담도 다른 조건을 달지 않고 임기 초 개최를 약속했다. 제주 강정마을에 건설중인 해군기지 문제에는 사업 중단 후 재검토 입장을 드러냈다. 반면 안 후보는 금강산관광 재개는 북측의 사고재발 방지 약속 이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남북정상회담보다는 장관급 회담을 우선 개최한 뒤 남북정상 간 핫라인 설치를 약속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해서도 사실상 찬성 의견을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문 후보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등 독소조항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안 후보는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개정 협상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복지 분야에서는 두 후보 모두 양극화와 사회적 격차 완화를 위해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공약 추진 방식과 속도에서는 온도차를 드러내고 있다. 문 후보는 아동수당, 취업 장려 수당 등 직접적인 소득 보조 형식의 정책을 많이 내놨다. 그러나 안 후보는 공공부문에 대한 노인의무 고용 할당제 등을 중심으로 어르신 일자리 확대 정책과 같은 재취업 지원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또 문 후보의 의료비 연간 상한 100만 원 정책에 대해 안 후보는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신 안 후보는 소득 하위 5% 계층에게 건강보험료를 면제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워낙 양 진영의 정책 노선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일단 실무팀이 의견 접근을 할 수 있는 만큼 하다가 마지막에는 후보 간 담판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양 후보 진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