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600명 긴급 시국선언>朴·文·安, 뒤늦게 ‘성장’ 강조

지난 4·11 국회의원 총선거 때부터 정치권의 주요 화두로 등장, 12·19 대통령 선거에까지 주요 정책으로 이어졌던 정치권 경제 민주화 논란의 현주소는 무엇일까.

박근혜 새누리당·문재인 민주통합당·안철수 무소속 등 빅3 후보 모두 경제 민주화 우선론에서 다소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박 후보의 성장론 쪽으로의 선회가 두드러진다. 야권의 두 후보는 ‘경제 민주화론+성장론’의 두 바퀴론 혹은 투 트랙론을 강조하면서 여론 간보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움직임에는 경기침체라는 현실의 벽을 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보수의 전통가치인 성장 담론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한국 경제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안정된 리더십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이다. 박 후보는 지난 8일 경제 5단체장들을 만나 경제 민주화에 대한 재계의 협조를 당부하면서도 경제성장의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한발 더 나아가 대기업에 대한 당근도 제시했다. 미래 성장동력 투자와 기술개발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적극 지원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규제 철폐를 약속했다. 박 후보 성장 정책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다. 이는 박 후보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이 오랫동안 검토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박 후보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모델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의 문·안 후보는 경제 민주화와 성장이 함께 굴러가는 ‘두 바퀴론’을 내세우고 있다. 문 후보 측은 포용적 성장, 창조적 성장, 생태적 성장, 협력적 성장 등 4대 성장 전략을 통해 장·단기 성장 대책을 세워두고 있다. 이를 통해 성장과 분배, 환경과 평화가 선순환하는 역동적인 경제성장 구조를 만들겠다는 게 문 후보의 경제성장론이다. 골목상권 보호장치 등을 통해 대기업의 사업 기회 독점과 같은 문제를 해소하면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이를 통해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후보는 이미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고 밝힌 것처럼 경제성장을 해야 일자리도 생긴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조화롭게 성장할 수 있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과 분배의 두 바퀴 경제’를 주장해온 안 후보 측도 이에 대한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는 ‘경제 민주화와 복지’가 각각 한 바퀴를 이뤄 선순환이 이뤄져 굴러간다면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 측도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고 잠재성장률도 하락세를 보이는 등 우리 경제의 위기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 민주화와 성장이 함께 굴러간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으며 이 같은 원칙을 기초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