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극복, 현장을 가다>수입원유 재가공… 산유국에 ‘코리아 오일’ 逆수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17일 전남 여수시 적량동 GS칼텍스 여수공장 제품 출하 부두에 정박한 유조선 ‘우림드라곤7호’에서 GS칼텍스 직원들과 선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여수 =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2시, 전남 여수시 광양만의 GS칼텍스 제품 출하 부두에 유조선 4척이 들어섰다. 유조선들은 GS칼텍스 공장에서 생산돼 철제 배관을 통해 부두까지 운송한 석유제품을 선적 파이프인 ‘로딩암(Loading arm)’을 연결해 배에 싣기 시작했다. 길게는 24시간 이상 걸리는 선적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GS칼텍스 직원들은 교대 근무를 하며 유조선 선원들과 함께 수시로 선적 상황을 점검한다.

이날 오전 10시 부두에 정박한 우림해운 소속 ‘우림드라곤7호’는 일본으로 수출할 8000t 규모의 믹스자일렌을 싣고 있었다. 우림드라곤7호는 15시간의 선적 작업이 마무리된 18일 새벽 1시에 부두를 떠나 일본으로 향했다. 합성수지 등의 원료로 쓰이는 자일렌은 정유업계가 최근까지 경쟁적으로 공장을 증설했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이다.

2012년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250억 달러 수출의탑을 수상한 GS칼텍스는 파라자일렌 생산 시설을 2014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로 확장하는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쇼와셀, 다이요오일사와 함께 추진하는 100만t 규모의 여수 파라자일렌 공장이 완공되면, GS칼텍스 여수 공장의 파라자일렌 생산 능력은 연간 135만t에서 235만t으로 확대돼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가 된다.

이와 함께 원유 정제 산물의 37%를 차지하는 중질유를 재처리해 가공하는 중질유 분해시설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중질유 분해시설 투자를 본격화한 GS칼텍스는 올해 3월 4번째 중질유 분해시설을 완공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GS칼텍스 여수공장의 중질유 분해시설은 일일 4교대 체제로 24시간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지난 2010년 완공된 제3중질유 분해시설에서는 44명이 4개조로 철야 근무를 하면서 모니터를 통해 분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었다. 제3중질유 분해시설은 원유 정제 시 생산되는 제품 중 가장 부가가치가 낮은 아스팔트까지 휘발유로 만들 수 있는 초고도화 설비로 꼽힌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전세계에서 7번째,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아스팔트를 최대 73%까지 처리할 수 있는 최신식 설비”라며 “하루에 65만 배럴의 중질유를 재처리해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이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품질을 면밀하게 검증해 제품 신뢰도를 높이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GS칼텍스 여수공장 품질보증팀은 석유제품을 태우고 산화처리를 해 변화 과정을 측정하는 기존의 실험 장비 대신 X선분석장치(XRF)를 도입해 품질 검증 절차를 간소화하고 정확도를 높였다. 중질유의 금속함량 분석, 밀도 측정 등의 검사를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강성진 품질보증1팀장은 “제품을 태워서 산화 처리를 하는 기존 장비 대신 X레이 형태로 비파괴실험을 하는 최신 장비를 통해 빠르고 간단하게 품질 검증을 하고 있다”며 “빠르게 공정 결과를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어 제품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효율화’ 작업을 통한 원가 절감도 GS칼텍스 수출 확대의 원동력이다. GS칼텍스 여수공장에는 철제 파이프로 만들어진 설비 곳곳에 대형 보온덮개가 덮여 있다. 이 보온덮개는 지난 2006년 국내 업계 최초로 에너지효율화 팀을 구성한 GS칼텍스가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 자체 개발, 특허까지 출원한 에너지 효율화 제품이다.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GS칼텍스는 2011년 수출비중 60%를 돌파한 이래 지난해 약 67%의 수출 비중을 달성했다. 1996년 일본·중국 등 10여 개국이었던 수출대상 국가도 산유국을 포함한 전세계 30개국으로 확대됐다.

김희선 GS칼텍스 여수공장 상무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석유가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수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라며 “GS칼텍스가 우리나라 수출을 이끌고 있다는 사명감을 갖고 수출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수 =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