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 대장과 오르는 山>어린이·여성까지 이고 지고… 운동화 비싸 슬리퍼 ‘가슴이 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네팔의 여성 포터(왼쪽)가 계곡길에서 지게에 기대 쉬고 있다.

히말라야 에베레스트로 가는 관문인 루크라 공항에는 여행객을 잡으려는 포터(짐꾼)들로 늘 시끌벅적하다. 엄홍길 대장은 “셰르파는 고산등반을 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크게 두 부류로 나누는데, 그중 고산등반을 하지 않고 에베레스트 등 고산의 초입인 베이스캠프까지만 짐을 날라 주는 이들을 글자 그대로 ‘포터’라고 합니다. 그런데 전문화된 셰르파보다 이들을 보면 더 마음이 짠합니다. 어린이와 여성들이 있기 때문이죠”라고 네팔에서의 포터 생활을 설명했다.

고봉등정을 목적으로 하는 산악인들을 도와 베이스캠프 이상까지 등반하며 짐을 나르는 사람들은 ‘고소포터’나 ‘하이포터’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셰르파라고 할 때는 ‘고소포터’를 지칭하는 것으로 산악 전문가 수준이다. 두 부류 모두 짐을 지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힘들 일을 하기 때문에 대개 건장한 셰르파족 남자들이 담당하지만 단순한 포터일은 아이와 여성들이 많이 한다.

“히말라야에서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포터일을 합니다. 여성 포터들은 남성 포터들과 동등한 짐을 질 정도로 강인하죠. 나는 그녀들을 볼 때마다 자식들을 위해 짐을 머리에 이고 수십 리 산길을 다녔던 1950∼1960년대 우리네 엄마들을 떠올리곤 했죠.”

포터들은 대개 커다란 바구니에 짐을 싣고 산을 오르는데, 슬리퍼를 신은 이들이 많다. 운동화가 걷는 데 편하고 좋지만 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포터들은 보통 두세 명의 짐을 지고 간다. 무게가 꽤 된다. 그래도 그들은 무게를 재보는 등 부산을 떨지 않고 묵묵히 받아들인다고 한다. 포터들은 보통 해발 5000m에 있는 베이스캠프까지 가서 품삯을 받고 며칠간 오른 산길을 다시 걸어 집으로 간다. 공식적으로는 네팔에서 아이들을 짐꾼으로 고용할 수 없다. 하지만 한 푼이 아쉬운 가난 탓에 아이들은 12∼14살에 벌써 포터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무거운 짐을 지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오르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찡합니다. 그렇다고 그들을 외면하고 쓰지 않는 것은 한낱 감상일 뿐입니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짐을 진 대가로 받는 돈은 10달러 남짓 하지만 네팔에서는 결코 적지 않은 수입이기 때문이죠. 내가 히말라야에 갈 때마다 느끼는 ‘패러독스’입니다.”

박광재 기자 kj5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