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출 연루’ 北은행·기업 돈줄 죄기… 美 제재 본격화

미국 정부가 장거리 탄도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WMD) 확산에 나선 혐의로 북한의 개인 4명과 기업 및 단체 2곳을 제재 대상에 새로 포함시켰다. 특히 미국은 북한과 이란 등 이른바 두 불량국가가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기술협력 및 거래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앞으로 북한에 대한 ‘돈줄 죄기’가 고강도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재무부는 24일 북한의 단천상업은행 중국 베이징(北京) 지사의 라경수 대표와 김광일 부대표, 홍콩 주재 무역회사인 ‘리더인터내셔널’을 제재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이날 미 재무부는 성명에서 “이번 제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087호 이행을 위한 조치”라면서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자금조달 능력을 차단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오랜 정책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날 미 국무부도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와 백창호 위성통제센터 소장, 장명진 서해위성발사장 총책임자 등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2087호에서 제재 대상에 추가된 개인과 기관들 중 일부다.

이날 미 재무부에 따르면 북한의 조선광업개발주식회사(KOMID)와 이란의 샤히드 헤마트 산업그룹(SHIG)은 지난 2009년 이전부터 최근까지 탄도미사일 거래를 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KOMID가 SHIG에 탄도미사일을 판매하고 단천상업은행이 금융거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구조다. 미사일 수송과 발사 부품 기계·장비 수송은 리더인터내셔널이 맡았다. 미 재무부는 금융거래 추적을 통해 현재 북한과 이란의 정확한 거래 규모 및 내역을 파악중이다. 데이비드 코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오늘 조치는 북한의 WMD 확산을 지원하는 단천상업은행과 KOMID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 재무부의 조치에 따라 이들 북한의 개인·기관과 미국의 개인·기관간의 거래가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또 제재대상 명단에 오른 북한 개인·기관의 미국 관할권 내에 있는 자산도 모두 동결된다. 국무부는 별도 성명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환영한다”면서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는 구체적인 조치를 거부할 경우 계속 고립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 유엔 안보리는 결의안 2087호에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를 비롯한 기관 6곳과 백창호 소장 등 개인 4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