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조직 ‘심장’의 사퇴… 朴 국정구상 토대부터 ‘흔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구상이 휘청거리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지연에 대해 “손발이 묶여 있다”고 하소연해온 청와대로서는 4일 충격에 휩싸였다. 청와대가 “새 정부 조직의 핵심 중 핵심”이라고 중대한 의미를 부여했던 미래창조과학부의 장관에 내정됐던 김종훈 후보자가 전격 사퇴한 데 따른 충격파다.

정부조직법 처리는 2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5일까지 처리될 기미가 없고, 17개 부처 장관 후보자 가운데 5개 부처 후보자는 국회청문회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김 후보자의 사퇴 선언 직후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일성으로 “충격이 크다”며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안 돼 소중한 자원을 잃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아침에 회의할 때도 김 후보자의 사퇴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는데 소식을 접하고 놀랐다”고 말했다.

새 정부 조직개편의 핵심으로 국가경제의 ‘심장’ 역할을 맡기려던 박 대통령의 경제살리기 프로그램도 예정보다 장시간 동안 가동조차 못할 처지에 직면했다. 이는 단순한 수장의 공백 사태 이상을 의미한다. 박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 및 새로운 성장동력의 창출방안, 좋은 일자리 수만 개 만들기 방안, 과학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방안 등 핵심 정책들을 모두 미래창조과학부에 맡겨놓은 상황에서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게 된 셈이다. 역대 정부에서 출범 초기 100일 내에 국정의 밑그림이 완성되고, 굵직한 국가과제 대부분이 틀이 잡혀야 한다는 점에 비춰 일분일초도 허비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다. 더구나 미국 국적의 김 후보자를 설득할 만큼 공을 들였던 인사였는데 이후 최적 인물의 후임을 물색하는 작업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고 들어온 인재들을 더이상 좌절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말로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윤창중 청와대대변인은 “김 후보자는 박 대통령이 삼고초려 끝에 모셔온 분인데 국내 정치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떠나게 된 데 대해 대단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래창조과학부를 비상 가동할 심장박동기조차 없는 상황에 처한 박 대통령으로서도 충격이 큰 듯 이날 첫 대국민담화에서 이에 대한 아쉬움을 집중 토로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문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의 역할을 설명하는 데 장시간을 할애했다. 담화 곳곳에서 절박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새 정부가 경제살리기에 드라이브를 걸 동력을 잃게 된 데 대한 하소연뿐만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라는 말로 야당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도 담았다.

1주일째 정부가 제대로 모습조차 갖추지 못하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국제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챙겨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더구나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예고된 상황에서 안보 위기도 심각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는 이가 없으면 대신 잇몸으로라도 비상가동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해빙기 대책, 중소기업 대책 등을 당부하면서 “장관이 임명되면 즉시 업무보고 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김상협 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