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돌아본 ‘그 때 그 곳’>故이주일 “유랑극단장의 낙점 기다리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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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라극장 주변으로 실핏줄처럼 들어선 다방들에서 가요인들과 영화인들의 달콤하고 어지러운 향내를 맡을 수 있다. 이곳은 대중음악과 영화라는 두 개의 장르가 합쳐진 문화융합의 현장이었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최고의 배우였던 고 최무룡은 ‘외나무다리’라는 노래를 히트시킨 미성의 가수이기도 했다. 영화 주제가를 히트시키지 않으면 톱스타가 되기 어려운 1960년대 스카라 계곡은 영화인과 가요 작사·작곡가들의 아지트이자 게토였다.

고 이주일도 1960년대 중반 유랑극단 시절에 배를 곯으면서 스카라극장 주변을 누비고 다녔다. 이주일은 “유랑극단 단장에게 뽑혀가기 위해 하염없이 기다리던 나는 그야말로 ‘삼마이(삼류)’ 인생이었다. 스카라극장 주변 스타다방, 신천지다방은 무명 연예인과 쇼 매니저들이 모여 서로를 팔고사는 ‘인간 시장’을 방불케 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그는 몇 십 원하는 커피 값이 없어 고생했고, 유랑극단 사회자로라도 발탁되길 목을 빼면서 기다렸다. 자신이 팔리지 않은 날에는 을지로에서 상계동 무허가 판자촌까지 힘없이 걸어가야 했다고 한다.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 ‘소양강처녀’ 등 숱한 히트곡을 낳은 산실이면서 많은 스타들의 애환을 간직한 스카라극장의 파괴는 근현대 전통에 무심한 한국문화의 현주소를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