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서민경제 ‘가계저축’이 해법이다>비과세·노후·생계형 ‘맞춤상품’으로 저축 불씨 살린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일 시중의 한 은행을 찾은 고객이 은행 직원으로부터 근로자 목돈 마련에 도움을 주기 위해 18년 만에 다시 출시된 근로자 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에 대한 상담을 받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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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저축률이 급락해 투자 감소, 경제성장률 하락, 가계부채 문제 해결 지연, ‘100세 시대’의 노후불안 등 각종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유인책이 금융권과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다양한 금융상품이 개발, 출시되도록 유도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재형저축 사례에서 보듯 세제혜택 등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 복지 혜택의 벼랑 끝에 선 서민·중산층 가계의 저축률 제고란 물꼬를 조금이나마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축상품 ‘예열’ 중… 불씨 지핀다 = 금융당국은 갈수록 떨어지는 가계 저축률이 가계부실과 대출금융기관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5개 금융업권과 함께 저축상품을 널리 알리기 위해 나선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20일 금융위원회와 전국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금융권은 이런 배경에 따라 이자·배당소득 비과세 등 세제혜택을 통해 서민·중산층을 돕기 위한 취지에서 자산형성, 노후대비, 생계지원, 건강관리 부문에 걸친 8개 종류의 저축상품을 선보였다.

자산형성의 경우, 지난 6일 일제히 출시된 근로자 재산형성저축 외에도 20세 이상 거주자를 대상으로 1년 이상 유지 시 저율 및 분리과세 혜택을 주는 세금우대종합저축, 비과세 되는 장기저축성보험, 물가상승에 따른 원금 증가분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는 물가연동국채를 꼽을 수 있다. 노후대비용으로는 연 400만 원 한도의 소득공제가 주어지는 연금저축, 비과세되는 연금보험이 있다. 저소득층 생계지원형으로는 생계형저축, 건강관리형으로는 단독실손보험 상품이 개발돼 있다.

금융사별로 보면 일반인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우리은행의 경우 ‘우리매직적금’이 대표적이다. 한때 연 7%대 금리를 제공했던 ‘우리매직7적금’의 후속이다. 연 3.5% 수준의 기본이율에 신용카드 추가 사용액에 따라 최고 3.0%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주어진다. 예컨대 1년 만기에 월 25만 원 이하로 적금에 가입한 뒤 신용카드를 기존보다 300만 원 이상 더 쓰면 3.0%의 금리를 추가로 받는다.

하나은행의 ‘바보의 나눔 적금’은 3년 만기 시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대 연 5.1%의 금리를 제공한다. 자유적립식 적금으로, 기본금리는 1년제 연 3.2%, 2년제 연 3.7%, 3년제 연 4.1%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소외계층 배려 = 가계저축 감소로 실질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서민층이다. 가계재무구조를 악화시켜 부채상환이 어려운 금융채무불이행자 등의 개인파산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연구기관들의 분석이다.

소외계층 몫이라 할 수 있는 상품으로는 국민은행이 지난 13일 내놓은, 최고 연 7.5% 금리를 지급하는 ‘KB국민행복적금’을 예로 들 수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희망적금’과 함께 서민층 상품으로는 은행권 최고 수준의 금리를 준다. 가입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소년·소녀가장, 결혼이민여성, 한부모 가족 지원 대상자, 근로장려금 수급자 등으로 한 달 최대 50만 원까지 적립할 수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저소득층일수록 긴급자금으로 인한 중도해지가 많은 점을 고려해 가입 6개월이 지난 뒤 입원, 이사 등의 사유로 갑자기 목돈이 필요해 중도해지하더라도 4.5%의 이자를 지급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연 소득 1200만 원 이하의 근로자도 가입할 수 있는 ‘우리희망드림적금’을 선보였다. 기본금리는 연 4%이고, 만기까지 가면 3.5%포인트의 추가 금리를 준다. 신한은행도 저소득층의 목돈 마련을 돕는 ‘신한새희망적금’을 판매 중이다. 기본이율 연 4.5%에 자동이체 등록 시 추가 금리 1.5%포인트를 합쳐 최고 연 6%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경제부문의 대외충격이 왔을 때 가계 저축률을 일정 수준 유지하고 있으면 상대적으로 소비, 내수부문을 통해 충격을 완화하고 받쳐 주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재형저축을 보다 활성화하고 기업연금을 내실화하는 등 고령화 사회에도 적극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민종·손기은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