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거슈먼과 NED… 1960년대 노동·인권운동 투신 설립 첫해부터 29년째 회장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칼 거슈먼(오른쪽) 전미민주주의기금 회장이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아산플래넘 2013’에서 미국의 저널리스트 블레인 하든과 탈북자 관련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하든은 탈북자 신동혁 씨의 북한정치범 수용소 탈북과정을 기록한 ‘14호 수용소 탈출’의 저자다. 김연수 선임기자 nyskim@munhwa.com

자신을 어떤 수식어도 없이 그저 ‘민주주의자’(democrat) ‘현장활동가’(activist)라고 얘기하는 거슈먼은 1943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미국의 민권운동이 본격화하던 1960년대 예일대 및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뒤 흑백차별운동, 노동운동 등에 관여하면서 현장활동가로 일했다.

1968년 그의 나이 25세 때 흑인민권운동가 베이아드 러스틴(1912∼1987)을 만난 뒤엔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필립 랜돌프연구소에서 함께 일하며 노동 및 인권운동에 관여했다. 러스틴은 마틴 루터 킹 박사와 함께 50∼60년대 미국의 민권운동을 이끌던 흑인지도자인데 킹 박사에 비해 덜 알려져있지만 미국시민운동을 이끈 진정한 영웅(unknown hero)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거슈먼은 인터뷰 때 러스틴을 ‘내 삶을 바꿔놓은 멘토’라고 소개했다.

거슈먼이 폭력적 체제교체보다 민주적 절차에 따른 변화를 추구하게 된 것은 러스틴의 지침을 따른 것이다. 2012년 선댄스 영화제에서는 비폭력 시민운동가로서 러스틴의 생애를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장외의 형제’(Brother Outsider)가 개봉되기도 했다.

거슈먼은 20, 30대 청년시대엔 미국 사회민주당의 사무총장을 지낼 정도로 진보적 사회운동에 관여했지만 40대에 접어들어 유엔 인권위원회 미국대표로 활동하면서 국제 민주주의운동 쪽으로 눈을 돌렸다. 로널드 레이건 1기 행정부 때 유엔대사로 활동하던 진 커크패트릭과 호흡을 맞췄고, 이후 1984년 전미민주주의기금(NED) 초대회장으로 부임, 29년째 이끌고 있다.

NED는 미 의회로부터 3130만 달러(356억8200만 원)를 종잣돈으로 받아 1983년 설립됐고 매년 4000만 달러 안팎의 예산을 미의회승인을 받아 사용한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이라크 전후 중동민주화 지원을 위해 NED 예산을 8000만 달러로 증액하기도 했다. 레이건 행정부 때 NED는 미국의 개입을 위한 전초기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고,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엔 중동민주화 프로젝트에 집중했지만 요즘엔 아시아 민주주의에 관심이 많다. NED는 전세계 90개국의 수백여 비정부 기구의 민주주의 관련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고 국내의 탈북자지원 및 북한민주화운동 단체에도 1990년대 중반부터 기금을 제공하고 있다.이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