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 실종>정부 무정책에…‘한국형 원전’ 수출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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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한 이후 활발했던 ‘한국형 원전’ 수출 계획이 정부의 무관심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24일 에너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의 ‘자원외교’에 대한 소극적인 정책기조가 ‘원전 수주 외교’에도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원전 수출에 대해 정부가 무관심하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 이명박정부가 원전산업 육성에 관심을 두고 한국형 원전 80기 수출 계획을 세웠던 것과 달리, 박근혜정부는 원전산업의 안전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실제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를 보면 전력공급을 위해 불가피한 원전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전체 전력에서 차지하는 원전 비율도 축소 등의 가능성을 두고 적정 규모를 재설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데다, 지난해 잇따라 터진 원전 비리와 고장 등을 고려한 정책들이다. 반면 원전 수출에 대한 국정과제는 찾아볼 수 없다.

이같은 원전수출 정책 부재는 국내외 원전건설사업 수주에서 악재로 이어지고 있다. UAE 원전 수출모델인 신고리 3호기는 정상 가동되는 모습을 국제무대에 보여줘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지만, 정부가 밀양 송전탑 갈등문제를 장기간 풀지 못하면서 원전의 정상가동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UAE와의 원전 수출 계약서에는 신고리 3호기가 오는 12월로 예정된 준공 시점을 넘기고도 가동되지 않을 경우 지연된 기간만큼 매달 공사비의 0.25%에 해당하는 지체보상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신고리 3호기의 정상가동이 제때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외적 신뢰도에 타격을 입으면서 향후 원전건설사업 수주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 한미 원자력협정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 여부도 원전 수주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지만 그 전망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정부의 정책기조는 원전 수주 경쟁국인 일본에서 총리가 직접 나서 원전 발주국 정상들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등 정성을 쏟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특히 일본은 막대한 자금조달능력을 바탕으로 한 금융경쟁력에서 한국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원전 수주 외교의 부재는 결국 이달초 한국이 3년여간 공을 들였던 터키 원전 수주를 일본에 빼앗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뒤늦게 다음달 민관합동 컨트롤타워 설립 등을 내용으로 하는 원전수출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