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줄어 내수 부진하면 세입 감소 국가재정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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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층 소비는 경제가 어려울 때 내수를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다. 고소득층 소비가 줄어들면 내수 부진으로 경기가 더 위축되고, 세입이 감소하며, 재정이 나빠져 결국 복지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29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를 의미하는 5분위의 소비지출액은 소득 하위 20%인 1분위 소비지출액의 3배 이상이다. 또 5분위의 소비지출액은 1분위와 2분위(소득 하위 20∼40%)의 소비지출액을 합한 것보다 많다. 이러한 고소득층이 소비를 줄이면 내수 침체가 발생한다. 올 1분기 5분위의 평균 소비성향은 역대 최저(1분기 기준)로 떨어졌고, 월 소득 500만 원 이상 가구의 5월 소비지출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는 4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고소득층 소비가 줄어 내수가 위축되면 경제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2001∼2012년 민간 소비의 성장기여율은 41.4%로 조사돼 순수출(24.2%)이나 정부 소비(15.8%), 투자(18.7%)보다 더 높다. 우리 경제 성장의 4할 이상을 민간 소비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경제성장률 급락에 소비가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지난 2010년 우리 경제가 6.3%의 높은 성장을 할 당시 가계 소비지출 기여도는 2.3%포인트였다. 반면 지난해 성장률이 2.0%로 떨어졌을 당시 가계 소비지출 기여도는 0.8%포인트였다. 수출과 투자가 줄어드는 와중에 가계 소비지출마저 위축되면서 성장률이 뚝 떨어진 것이다.

또 소비 위축은 세입 감소를 가져와 나라 살림을 어렵게 만든다. 이는 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줘서 결국 저소득층 등 사회약자를 위한 복지 비용 확보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전체 조세수입에서 소비 과세(부가가치세·자동차세·개별소비세 등)가 차지하는 비중은 43.1%(2011년 기준)로 소득 과세(소득세·법인세 등) 40.8%나 재산 과세(상속·증여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16.1%보다 높다. 소비가 위축되면 비중이 높은 소비 과세 세입이 감소하면서 전체 세입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다.

국세청과 재정부가 나성린(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세 수입은 47조1630억 원으로 전년동기(54조9941억 원) 대비 7조8311억 원 감소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