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공동체, 이웃이 희망이다>혼자된 어르신들에게 직접 만든 요리 대접 함께 맛보며 情 나눠

영국은 인구 6000여만 명 중 65세 이상 노인이 1200여만 명으로 노인인구 비율이 20%나 되는 초고령화 국가다. 영국의 노인인구 증가속도는 세계적으로 가파른 편으로 향후 25년 뒤에는 100세 이상 인구가 현재의 8배에 달할 전망이다.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각종 사회문제도 심각하다. 4일 영국 은퇴자협회(Age UK)에 따르면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은 외로움과 우울증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지역 사회는 이웃 노인 끌어안기에 적극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캐서롤 서비스’는 이러한 노력 중 하나다. 캐서롤은 조리한 채 식탁에 내놓을 수 있는 서양식 찜냄비를 뜻한다. 캐서롤 서비스는 이웃 노인에게 자신의 집에서 넉넉하게 한 요리의 일부를 나누는 일이다. 샐러드나 카레, 파이 등의 음식을 나누고 함께 식사도 한다. 건망증과 쇠약해진 건강 탓에 혼자 요리하기 어려운 노인들은 끼니를 해결하면서 이웃과 정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지난 5월 27일 영국 런던의 리버풀역 인근 임대아파트에서 만난 케이 디시플린(여·67)도 이웃들로부터 캐서롤 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젊은 나이지만 지난 1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사는 딸을 찾아갔다 말라리아에 걸린 후 혼자 요리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열로 심하게 앓은 이후 건망증에 시달린 탓에 어렵게 요리를 해도 도저히 못 먹어 아까운 식재료들을 싱크대에 쏟아버린 것도 여러 번이다. 그러던 중 뉴질랜드에서 이민 온 란다 스미스(여·42)를 알게 됐고 5월 초 첫 캐서롤 서비스로 생선파이와 샐러드를 전달받았다. 육식을 하지 않는 디시플린을 배려해 마련한 음식들이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가정식 요리도 요리지만 남편이 세상을 뜨고 두 딸이 출가한 후 줄곧 외로움에 시달려 왔던 디시플린은 스미스를 만나면서 이웃 친구가 생기게 된 것 같아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런던 =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