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비리 일파만파>한 달 걸린 위기 대처

원자력 발전소 부품 서류 위조사건에 대해 정부의 대처 능력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주무부처 장관이 실무진의 늑장보고로 비리사건 최초 접수 이후 한 달이 지나서야 상황을 파악한 데다, 유관기관 간 업무공유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등 신속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5일 국회 등에 따르면 원전부품 위조 사고 이후 정부의 대응과정이 한 달여간 지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원전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신문고 제보로 처음 드러났다. 신문고에 ‘케이블 검증서류 위조’가 접수된 날은 4월 26일이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을 통해 케이블 품질 증빙서류 확인요청 공문을 받은 것은 보름이 지난 5월 10일이다. 이후 한수원은 또다시 10일이 지난 5월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보고했으며, 윤상직 장관은 25일에야 보고를 받았다. 처음 제보된 날부터 정확히 한 달이 지난 뒤에 주무부처의 최고책임자가 보고를 받은 셈이다.

원안위가 문제의 원전 가동을 중단시킨 것은 나흘이 지난 5월 29일. 문제가 된 제어케이블은 EQ(Equipment Qualification)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 원전의 핵심 부품이다. 사고 발생시 심각한 안전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대처가 필수다. 그러나 사건 인지 후 원전 가동 중단까지는 한 달 이상이 소요됐다.

부처간 소통도 문제로 지적됐다. 산업부는 원안위를 통해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보고도 받지 못했고, 한수원을 통해서 확인했다. 산업부, 한수원, 원안위 등 원전 관계기관이 상호 유기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같은 늑장 대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 영광 원전 짝퉁부품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원전 관계기관들의 대응행태는 이번과 비슷했다. 품질보증서가 위조된 짝퉁부품 사건은 최초 지난해 9월 21일 제보가 한수원 감사실에 접수됐다. 그러나 한수원 사장은 한 달이 넘은 10월 26일에야 내부 감사실을 통해 사건을 인지했다. 이후 열흘이 지난 11월 7일에야 국회에 보고되면서 사건이 국민들에게 공개됐다.

당시 산업부와 한수원, 원안위는 철저한 조사 등 대처를 통해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불과 6개월여만에 또다시 원전 운영에 허점을 드러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이채익(새누리당) 의원은 “산업부, 한수원, 원안위 등의 소통부재로 인한 총체적 관리부실 문제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