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盧·金 회담록 파장>金 “공동어로구역 설정 어떠한가” 3차례 언급… 盧 “그게 기존 경계선에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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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수호의지 없음 간파하고 “쌍방이 다 포기…”
盧 “똑같은 생각 갖고 있어”

金 “쌍방이 法 포기… 발표해도 좋은가?”
盧 “예 ! 좋습니다” 동의해줘

2007년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간에 이뤄진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대화는 김 전 위원장의 구체적인 제안에 노 대통령이 “똑같은 생각” 등으로 화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회담 초반에 김 전 위원장은 “우리가 주장하는 군사(해상)경계선, 또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 이것 사이에 있는 수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설정하면 어떻겠는가”라는 구체적인 제안을 했고, 노 전 대통령은 최소한 4차례에 걸쳐 이에 호응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이끌어 갔다. 노 전 대통령은 “NLL을 법으로 포기하자”는 김 전 위원장의 제안에 “서해평화협력체제는 기존 경계선에 우선한다”는 논리로 이를 수용했다.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진행된 회담이 끝나고 김 전 위원장은 “나는 대만족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이 NLL을 사실상 포기한 데 대한 일종의 ‘감사의 인사’로 보인다. 그해 11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NLL 포기를 거부하는 김장수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노 대통령에게 전화해 물어보라”고 몰아세운 건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회담록 전문을 보면 김 전 위원장은 서해 문제와 관련해 북측이 주장하는 공동어로구역의 범위에 대해 3차례나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김 전 위원장은 먼저 “우리가 주장하는 군사경계선, 또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 이것 사이에 있는 수역을 공동어로구역, 아니면 평화수역으로 설정하면 어떻겠는가”(17쪽)라고 제안했다. 즉 지금의 NLL 이하 남쪽 영해를 공동어로구역으로 하자는 제안인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어 “우리 군대와 남측이 물러선 조건에서 공동수역으로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또 “쌍방이 앞으로 해결한다는 전제하에 북방한계선과 우리 군사경계선 안에 있는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선포한다”고 3번째로 제안했다.

이 같은 김 전 위원장의 구체적인 제안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단 한 차례도 반대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다. 특히 회담록에는 NLL을 기점으로 한 남북 등거리 어로구역에 대해서도 전혀 발언이 나오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은 “그것(NLL)이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 남측에서는 이걸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40쪽)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원장께서 제기하신 서해 공동어로 평화의 바다… 내가 봐도 숨통이 막히는데 그거 남쪽에다 그냥 확 해서 해결해 버리면 좋겠는데…”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NLL 수호 의지가 없다는 것을 간파하고 더 나아갔다. 김 전 위원장은 “서해 (남과 북이 그어 놓은) 경계선을 쌍방이 다 포기하는 법률적인 이런 거 하면…”(71쪽)이라고 말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라고 맞장구를 친다. 김 전 위원장은 “남측의 서해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요구는 무엇입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그것(서해 평화협력지대)이 기존의 모든 경계선이라든지 질서를 우선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은가”라고 답했다. NLL 사수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나아가 “이것(평화협력지대)이 NLL보다 더 강력한 것… 헌법문제 절대 아니다, 얼마든지 내가 맞서 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NLL 문제와 관련한 대화 말미에 김 전 위원장은 “쌍방이 다 과거에 정해져 있는 법을 포기한다… 이렇게 발표해도 좋겠느냐”고 재차 물었고, 노 전 대통령은 “예, 좋습니다”라고 동의해 줬다.

NLL 관련, 노·김 대화는 이렇게 시작해서 이렇게 끝이 났다. ‘노 전 대통령이 NLL로부터 남북으로 등거리로 평화구역을 만들자’고 했다는 주장은 NLL 파문이 확산되자 당황한 친노(친노무현) 그룹이 내세운 것으로, 회담록에서는 전혀 나와 있지 않은 미확인 주장이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