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인생을 바꾼 명대사>모든 죄는 도둑질의 변형이다 (Every other sin is a variation of the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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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남자 윕 휘태커가 추락하고 있습니다. 이혼한 후 그의 삶은 난기류 속 가냘픈 물체와도 같습니다. 그런 그가 지금은 여객기와 함께 추락하고 있습니다. 두 개의 엔진이 모두 불탄 상태여서 탑승자 102명이 전멸할 수도 있습니다. 아뿔싸, 여객기는 추락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망자는 여승무원을 포함해 6명뿐입니다. 그가 추락하는 비행기의 몸체를 뒤집어 수평으로 만들고, 다시 뒤집어 들판에 착륙시킨 공로 덕분입니다. 윕(덴젤 워싱턴)은 영화 ‘플라이트(Flight)’의 조종사입니다.

NTSB, 즉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의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윕은 퇴원합니다. 영웅이 된 그는 명성을 누려야 마땅해 보이건만 윕은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피해 은둔 생활을 택합니다. 그런데 조종사 노조가 변호사를 대동해 그를 찾아옵니다.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Death demands responsibility).” 그렇게 입을 뗀 변호사는 자기가 직무유기죄 전문이라고 밝힙니다. 윕이 바짝 긴장합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윕은 알코올중독자입니다.

“당신을 위해 이 검사 보고서를 무효화해도 될까요?” 내용인즉슨, 윕이 사고 직후 받은 혈액검사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24%나 나왔지만, 혈액검사에 결정적 문제가 있었다는 걸 내세워 책임을 면하도록 도와주겠다고 설득하는 것이지요. 변호사는 곧 있을 청문회에 대비해 윕에게 금주령을 내립니다. 하지만 안도감도 잠시뿐, 종신형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윕은 은둔 생활을 시작하며 끊었던 술을 다시 찾습니다.

“그 사고는 비극임엔 틀림없지만, 살아있음을 기뻐해야 합니다(It’s also a celebration of life).” 위증을 부탁하려고 찾아간 윕에게 불구의 몸이 된 부기장은 걱정 말라면서 그렇게 충고합니다. 그리곤 덧붙입니다. “그 사고는 신의 뜻이었습니다(That was an act of God).” 불가항력이었단 뜻이기도 하지요. 동일한 조건에 맞추어 모의실험을 실시한 결과, 열 명의 조종사 모두 승객 전원을 사망케 하는 결과를 냈다는 보고서는 윕을 홀가분하게 청문회 장소로 이끕니다.

청문회는 윕에게 매우 유리하게 진행됩니다. 마지막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난기류 때문에 승객에게 음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는데 사고기 잔해에서 빈 보드카 병 두 개가 발견됐습니다. 그걸 당신이 마신 겁니까? 아니면 당신 빼곤 유일하게 알코올 성분이 검출된, 사망한 여승무원이 마신 겁니까?” 윕의 입술이 타들어 갑니다. 여승무원은 그가 사고 전날 밤 고주망태가 되도록 함께 술을 마시고, 함께 잠을 잔 관계입니다. 그녀가 마셨다고 해버리면 모든 게 덮일 순간입니다.

소설 ‘연을 쫓는 아이’에는 이런 구절이 있지요. “세상에는 오직 하나의 죄 뿐이다. 그건 도둑질이다. 모든 죄는 도둑질의 변형이다(There is only one sin, only one. And that is theft. Every other sin is a variation of theft).” 거짓말, 즉 진실을 알아야 하는 누군가의 권리를 훔치는 행위도 도둑질이지요. 과연 윕은 도둑질을 할까요? 훗날 윕은 알코올 재활센터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태어나 처음 자유를 얻었습니다(For the first time in my life, I’m free).” ‘살아있음을 다시 기뻐하기까지’의 과정은 스포일러입니다.

작가·외화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