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낸드플래시 ‘입체 수직구조’ 란… 단층건물을 고층으로 바꾼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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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양산에 성공한 128기가비트(Gb) 수직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세계 최초로 3차원 집적 기술을 상용화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종래의 평면 반도체에서 드디어 3차원 입체 메모리 반도체 시대를 개막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 등 첨단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메모리의 용량과 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더 많은 동영상과 사진, 음악, 자료를 저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또 현재 보조 기억장치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대체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차세대 저장장치의 판매가격도 대폭 떨어져 대중 보급의 속도 또한 한층 빨라지게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술 향상에 따라 256Gb급과 512Gb급을 거쳐 향후 5년 내 1테라비트(Tb)급 낸드플래시 생산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그때는 지금의 256Gb급 SSD 구매 가격으로 1Tb 낸드플래시 제품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낸드플래시를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는 그동안 단층 건물에 비유할 수 있는 수평 집적화에만 매달려왔다. 회로와 회로 사이 간격을 좁게 만드는 미세공정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4월 10나노급(1나노는 10억분의 1ｍ) 128Gb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했다. 그러나 낸드플래시의 미세공정 작업은 여기가 한계라는 지적이 당시에 제기됐다. 10나노를 넘어 더욱 미세화할 경우, 셀(정보저장 최소 단위) 사이의 간섭현상이 강해져 반도체의 온전한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2가지를 고안해 냈다. 첫째, 40년간 통용됐던 플로팅 게이트 방식을 버리고 자체 특허를 보유한 CTF(Charge Trap Flash·전하를 기존 도체가 아닌 부도체 물질에 저장하는 방식) 방식으로 전환한 것. CTF는 안정적인 부도체에 전하를 저장해 위아래 셀 간 간섭현상을 크게 줄여준다. 둘째, 셀 제조 방식을 지금까지의 ‘2차원(평면) 수평구조’에서 ‘3차원(입체) 수직구조’로 대전환했다. 쉽게 비유하자면 도시에 평평한 단층의 단독 주택을 촘촘하게 설계하는 대신, 수십층 짜리 고층 빌딩을 세워 집적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3차원 원통형 CTF 셀 구조 기술은 고층 빌딩처럼 수직으로 24단을 쌓아 셀 간 간섭을 줄이고 더 작은 칩 면적에서 최고 집적도를 실현하게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10년간 3차원 수직구조 낸드플래시를 연구하면서 300여 건 이상의 핵심 특허를 개발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일본 등 세계 각국에 출원을 완료했다.

8월부터 양산하는 3차원 수직구조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기존의 20나노급 메모리보다 2배 이상 집적도를 향상시켜 셀 수명을 10배로 늘리고, 전력소비도 절반 이하로 줄여준다. 낸드플래시란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그대로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데이터가 지워지는 휘발성 D램보다 한 단계 앞선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말한다. 앞으로 세계 D램과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의 3차원 수직 집적화 혁명이 지속되면 SSD 등 메모리와 스토리지 산업, 하이브리드 자동차, 로보틱스 기술에서 인류 미래를 바꿀 만한 혁명적인 기술혁신도 가능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