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푸드>시도 때도 없이 ‘쉬~쉬~’ 시원하게 호박씨까세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호박의 부산물 정도로 여겨졌던 호박씨가 비타민과 미네랄 등 각종 영양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웰빙식품’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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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씨를 깐다’는 속담이 있다.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 뒤로는 남들 모르게 자기한테 이로운 행동이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속담에는 호박씨가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등장하지만, 실제로 호박씨는 몸에 유익한 성분을 가득 지닌 ‘웰빙 식품’이다. 오래전부터 민간에서는 기침이 심할 때 호박씨를 구워서 설탕이나 꿀과 섞어 먹으면 기침이 멎고, 젖이 부족한 산모도 호박씨를 먹으면 젖이 많이 나온다고 전해져 오고 있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와 호박씨의 주요 효능이 과학적 성분 분석을 통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우선 호박씨는 질 좋은 불포화지방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표 참조) 이에 따라 여느 견과류 못지않게 두뇌 활동에 좋은 영향을 준다.

또 불포화지방산이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혈액순환을 도우며 노화방지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프랑스 과학자 모리스 고골리가 계란 노른자에서 발견한 레시틴도 호박씨에 많이 들어 있다. 레시틴은 두뇌에 영양을 공급해 피로 해소, 기억력 증대, 집중력 향상, 치매 예방 등의 효과를 나타낸다. 뇌 기능 활성화에도 기여해 지능지수(IQ), 감성지수(EQ)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전문가들 사이엔 ‘호박씨를 깐다’는 속담도 호박씨를 먹으면 뇌기능이 그만큼 향상돼 두뇌회전이 빨라지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돈다.

호박씨는 간 기능 강화에도 좋다. 이는 호박씨에 비타민 B, 비타민 C 등 영양소가 풍부히 들어 있기 때문이다. 비타민 B복합체는 탄수화물, 지방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성분이다. 지방이 간에 쌓이는 것을 예방하고, 간의 해독능력을 강화해준다.

따라서 비타민 B복합체가 결핍되면 간 기능이 나빠지며 간경화로 진행될 수도 있다. 그런데 호박씨에는 티아민(비타민 B1), 리보플라빈(비타민 B2), 니아신(비타민 B3), 비타민 B6 등이 많이 들어 있다.

또 비타민 B 복합체 중 니아신은 핏속의 지방과 해로운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몸에 좋은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준다. 호박씨 효능의 하나로 고혈압과 동맥경화 예방이 꼽히는 것도 불포화지방산과 함께 니아신이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호박씨가 화장실을 자주 찾는 ‘과민성 방광’ 등 배뇨장애에 좋은 식품이라고 거론되는 것은 어떤 성분 때문일까. 최근 과민성 방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호박씨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 성분 중 ‘피로갈롤’이라는 성분이 방광의 과도한 수축을 억제하는 방광 안정제 구실을 해 배뇨 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피로갈롤 성분은 특히 유럽의 페포계 호박에 많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국내 한 식품회사에서 호박씨 추출물을 활용해 배뇨장애 개선을 위한 건강식품을 내놓아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사실 국내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호박씨가 방광과 전립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배뇨기능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공인된 사실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 해당하는 독일의 ‘생약 및 약용식물제제 전문위원회’에서는 방광건강, 과민성 방광의 치료, 아동의 방광결석, 신장결석 발생 감소, 남성 전립선 질환과 관련한 배뇨 장애 개선 등에 호박씨의 사용을 승인했다고 한다.

독일의 이 위원회는 독일정부가 인정한 전문가 그룹으로 약용식물에 대해 대단히 엄정하고 과학적 검증을 까다롭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외에도 호박씨에는 신경과 근육 기능 유지에 필요한 마그네슘, 정상적인 세포분열을 위한 아연, 골다공증 발생 위험을 낮춰주는 비타민 D, 그리고 유해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비타민 E를 함유하고 있다. 비타민 K가 많아 칼슘이 빠져 나가는 것을 막아주고 골다공증이나 노인성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도움말 = 박동금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채 연구실장＞

이경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