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인생을 바꾼 명대사>자네로 인해 다시 야구가 좋아 (You let me love baseball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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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4월 15일.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선수들의 유니폼은 번호가 같습니다. 류현진도 그날 99번 대신 42번을 달았고요. 흑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입단한 야구선수의 업적을 기리기 위함이라지요.

이 전설적 흑인의 이름은 재키 로빈슨입니다. 그의 성공 신화를 다룬 영화가 ‘42’이며, 원제는 ‘42 The True Story of an American Legend’입니다.

때는 1946년 말. 총 16개의 메이저리그 팀은 등록된 선수 400명이 모두 백인입니다.

그런데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수가 한 명 줄자 브루클린 다저스(Brooklyn Dodgers)의 브랜치 리키(해리슨 포드) 단장은 혁명적 결정을 내립니다. “흑인 선수를 영입하겠소.” 인종차별이 심하던 때라 구단은 펄쩍 뛰고, 단장은 이렇게 승부수를 던집니다. “달러는 흑백이 아니오. 초록색이오(Dollars aren’t black and white. Every dollar is green).”

백인의 시선은 당연히 곱지 않습니다.

그러자 단장은 재키(채드윅 보즈먼)에게 주문합니다. “맞서 싸우지 않을 배짱이 있는 선수를 난 원하네(I want a player who’s got the guts not to fight back).” 재키는 따르겠다고 약속하지만 아군과 적군 구별 없이 선수들은 그를 따돌리고 위협합니다. 재키의 아기와 아내를 죽이겠다는 협박 편지도 쇄도합니다.

하지만 그는 성실함과 실력으로 입지를 굳힙니다. 야구는 민주제도가 존재한다는 증거임을, 경기 결과는 선수가 어느 당에 투표했는지 묻거나 피부색을 차별하지 않으며, 선수의 기량만을 말한다는 걸 증명해 보입니다.

그러자 무척 드물지만 백인도 다가와 응원해줍니다. “실력은 차별받지 않아야 해요.”

드디어 1947년 4월 15일. 2번 타자로 첫 경기에 나선 재키는 도루를 연이어 성공시키고 홈인합니다. 단어 ‘dodger’의 유래처럼 그는 ‘날쌘돌이’입니다. 단장은 차츰 선수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재키도 상대팀의 야비한 욕설과 신체적 가해를 참아냅니다.

견디기 힘들 땐 배트를 분지르며 홀로 폭발하기도 합니다. 그런 재키를 단장이 이렇게 설득하는군요. “우린 독일에서 파시즘을 상대로 승리했어. 이젠 이 땅에서 인종차별에 맞서 승리를 거둘 때야(We had a victory over fascism in Germany. It’s a time we had a victory over racism at home).”

다저스는 승승장구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을 향해 전진합니다. 그 무렵 재키는 단장이 자기를 왜 그토록 남다르게 대하는지 처음으로 묻습니다.

단장은 40년 전 대학팀에서 선수 및 코치로 뛸 때 한 흑인 선수를 돕지 못했고, 그 결과 선수의 좌절을 지켜봐야 했던 아픔을 털어놓습니다. “내가 좋아했던 야구의 본질에 부당함이 있었던 거야(There was something unfair at the heart of the game I loved). 자넬 만나곤 다신 그때처럼 못 본 척 안할 거라고 맹세했네. 자네로 인해 다시 야구가 좋아(You let me love baseball again)!”

1947년 9월 17일. 재키는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팀과 단장에게 큰 선물을 합니다. 홈런 선물입니다. 그 결과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걸까요? 다음 날 뉴욕타임스 1면에 이런 제목이 뜹니다. “브루클린 다저스 선수들에게 경의를!”

작가·외화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