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내란음모’ 수사>“李 ‘이민위천’ 액자는 北개정헌법 서문에 명시된 내용”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증거 확보 국가정보원 요원들이 28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집을 압수수색해 자료들을 상자에 담아 들고나오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모의 시점을 지난 4월과 5월쯤으로 파악함에 따라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불과 수개월 전까지 내란을 모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현역 의원이 내란에 연루된 것은 조작으로 판명된 1958년의 ‘진보당 사건’을 제외하면 사실상 헌정사상 첫 사건이 되는 셈이다.

수사당국은 이 의원과 경기동부연합 지하조직(RO·Revolutionary Organization)이 5월 모임에서 유사시를 대비해 총기를 마련하고 국가시설 파괴를 모의했다는 점에서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시킬 수 있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과 검찰은 이 의원이 얼마나 북한과 연계돼 있을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수사당국은 우선 이 의원의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의 벽에 걸려 있었던 액자에 적힌 ‘이민위천(以民爲天)’이라는 글귀에 주목하고 있다.

‘백성을 하늘같이 여긴다’는 뜻의 이 말은 중국 역사서 ‘사기’에 나오며 북한 김일성의 좌우명이자 북한 개정 헌법에도 명시돼 있는 내용이다.

김일성은 1992년 4월 발행된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책자의 머리말에서 “이민위천은 나의 지론이고 좌우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2012년 4월 13일 개정된 북한 헌법 서문에서도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께서는 이민위천을 좌우명으로 삼으시어…”라고 명기돼 있다.

수사당국은 또 북한의 지하당 공작이 이른바 ‘결정적 시기’를 대비, 사회혼란 조성과 무장폭력 투쟁을 하기 위해 지하조직을 결성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5월 모의가 유사시를 가리키는 결정적 시기를 대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9월 전시사업세칙을 개정하면서 전시상태를 선포하는 3가지 유형 가운데 ‘남조선 애국역량의 지원 요구’를 포함시켰다. 국정원은 ‘남조선 애국역량’을 국내 종북(從北) 세력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지하당 조직에 관여한 적이 있는 한 대북소식통은 29일 “국내 한 정당에 민혁당, 일심회, 왕재산 사건 등에 몸담은 세력들이 모두 있다”면서 “3개 조직 모두 북한이 포섭해 만든 지하당 조직으로 지하당은 곧 노동당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의원 등 지하 조직원들이 모임 시작 전 불렀다는 ‘적기가(赤旗歌)’는 북한의 공식 혁명가요로 이들 모임의 성격을 파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