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통상임금 논의 거부>통상임금 범위 넓게 인정하는 판결 많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상여금과 각종 복리후생 수당 등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두고 본격적인 심리를 벌이고 있다. 지난 5일 공개변론을 열었던 대법원은 연말 선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둔 가운데 일선 법원에서는 최근에 통상임금의 범위를 넓게 보는 판결이 많이 나오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8일 MBC에 파견돼 취재차량을 운전한 김모(43) 씨 등 14명이 자신들을 고용한 용역업체를 상대로 후생복지수당·교통비·상여금 등을 법정수당에서 제외한 것은 부당하다며 낸 임금지급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업체 측이 근무 성적과 상관없이 정기적·일률적으로 상여금과 수당을 지급해 왔다”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 1994년 대법원이 육아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이후 통상임금의 범위를 넓게 보는 판결을 내놓고 있으며 지난해 3월에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같은 상여금 명목으로 지급된다 하더라도 지급 방식이 일률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하급 법원의 판결도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이라는 일관된 기준에 따라 판결을 내리고 있지만 개별 회사의 지급 방식 차이 때문에 법원별로 다른 판결이 나오고 있다”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모든 법리적 쟁점이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나서더라도 사법적 판단으로는 통상임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통상임금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시행령 문구 자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며 이러한 문제를 법리 해석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이해 관계자들이 모여 사회적 합의에 따라 통상임금을 다시 정의하는 등의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