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從北이 대한민국 흔든다>“종북세력, 진보라 부를 수 없어 ‘北 두둔’관성적 태도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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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후 사회 전체적으로 낡은 이념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종북(從北)과 절연하지 못한 데 대한 통렬한 반성이 잇따르고 있고, 보수 진영도 사회를 주도할 이념을 만들지 못한 데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진보는 진보답지 못하고, 보수는 보수답지 못하다는 반성이다. 상대방을 탓하기보다 자성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문화일보는 원로 보수 논객과 원로 진보 인사가 각각 자기 진영을 비판하는 인터뷰를 게재한다.

진보 시민사회 운동권의 최고 원로 중 한 명인 김상근(74) 목사는 “종북(從北) 세력을 진보라 부를 수 없다”며 종북과 진보를 구분짓는 데서부터 진보가 새 출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12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국가정보원의 녹취록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그들을 진보라 부를 수 없다”며 “북한 체제를 두둔한다거나 목적을 위해서라면 과정은 소홀히 해도 된다는 관성적 태도, ‘보수는 악하고 진보는 선하다’는 이분법적 사고, ‘민주 대 반민주’ 프레임에서 벗어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목소리는 절절했고, 가슴은 여전히 뜨겁게 느껴졌다.

―이석기 사태를 어떻게 보셨나.

“황당하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했다. 국정원이 발표한 대로 받아들인다면, 지금 시대의 상식에 맞지 않는 논의를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민들도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국민들이 쌓아온 역사 발전에 한참 미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 그들을 과연 진보라고 말할 수 있나. 나는 진보라 생각하지 않는다. 진보 정치인은 자유와 정의, 평화의 가치를 추구함에 있어 일반 사람들보다 생각과 방법론이 앞서야 하고, 역사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30∼40년 전 사고 속에 있다고 하면 그걸 진보라고 말할 수 없다.”

―진보는 앞으로 무엇으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하나.

“진보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 가치는 무엇인지,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평화는 어떻게 가야 하고 복지와 경제는 어떻게 가야 하는지 국민들의 물음에 답해야 한다. 물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진보 진영의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은 그동안 통진당이 보여온 극단적 행태들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부정 경선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 안보에도 소홀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보지 못했다. 북한의 무력 상승을 숭상한다거나, 핵 보유를 인정하자는 진보는 진보가 아니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지 못했던 점도 반성해야 한다. 진보의 관성 중 하나는 ‘목적을 위해 과정을 뛰어넘는다’는 사고다. 독재정권에 대항해 화염병을 들었던,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시기에나 용납됐던 태도다. ‘상대는 악(惡), 우리는 선(善)’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도 버려야 한다. 상대와 부딪치고 비벼 변증법적 합을 이루는 게 진보다. ‘반민주 대 민주’ 프레임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그동안 진보 세력이 ‘반정부 투쟁’이라는 동일한 목적 의식만 가지고 민주화 세력과 종북 세력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일부분 인정하지만 보수 진영의 ‘반공 프레임’도 생각해 봐야 한다. 보수 세력은 반북·반공 프레임을 꾸준히 가져왔고, 우리도 그 의식 속에 빠져 있었다.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 ‘이석기 그룹’이 30∼40년 전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수 진영도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화 세력 전체를 이석기 그룹의 아류처럼 낙인 찍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민주화 운동은 그대로 인정해야 하고, 이석기 집단은 골라내면 된다.”

―종북 집단을 골라내지 못하고 선거 때마다 ‘무조건 야권연대’를 외친 것에 대한 자성은 필요하지 않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상당히 보수화될 것이라고 본다. 이는 진보의 위기이기도 하다.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 야권연대는 불가피하다. 연대하지 못하면 진보는 백전백패다. 정책을 놓고는 진보 정당이 경쟁을 해야 하지만, 대통령 중심제인 나라에서 하나의 보수당과 다수의 야당이 선거에서 다같이 경쟁하는 나라는 없다. 물론 무작정 연대는 지양해야 한다. 국민들이 야합이라고 보지 않고 연대할 만하다고 동의할 수 있도록 내용을 갖춰야 한다.”

―민주당이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를 주장하는데 맞다고 보나.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는 어려울 것이다. 대공수사권이 문제가 아니라 국내 정치에 악용한 것이 문제다. 그것을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김상근 목사는

김 목사는 한국신학대학과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에 몸담으며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앞장서 왔다. 김 목사는 통일시대민주주의국민회의 상임공동대표, 5·18진상규명및광주항쟁정신계승국민위원회 상임대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1939년 전북 군산 출생 ▲연세대 신학대학원 ▲서울수도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