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이퍼링 ‘초읽기’>“돈 빠져나갈라”… 인도·印尼 등 긴장

17~18일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축소가 결정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이번 회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파장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은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7.25%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양적완화 축소로 인해 이탈하려는 자금을 붙잡아두기 위한 조치로 지난 6월 이후 네 번째 금리 인상이다. 인도는 아예 통화정책회의를 FOMC 회의 이후로 연기했다. 회의 경과에 따라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15일 가디언 등 외신들은 처음 양적완화 축소가 언급된 지난 5월 이후 인도와 인도네시아, 터키, 브라질 등 4개국이 급격한 자본유출로 혼란을 겪었던 점을 지적하면서 이들 국가에서 핫머니 유출로 인한 금융 불안정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앞서 4일 국제통화기금(IMF)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성장 엔진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옮아가고 있으며, 신흥국의 경우 FRB의 양적완화 축소 전망 때문에 통화 약세와 자금 유출이라는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FRB의 양적완화 축소 언급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신흥국이며, 자금 이탈 압력은 일부 국가에서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면서 브라질과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지목했다. 이들은 “특히 금융 혹은 거시경제 취약성이 두드러지는 국가에서 압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신흥국 중에서도 한국이나 멕시코, 중국 등은 양적완화 축소에 큰 충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또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개선되면서 취약한 신흥국의 위기를 막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FRB가 신흥국 등의 충격을 고려해 ‘매우 신중한’ 출구 전략을 실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확산되면서 신흥국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크레디트아그리콜은 최근 보고서에서 “신흥국의 자금 이탈이 끝났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양적완화 축소 전망으로 인한) 통화 소요는 끝나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