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문서 내년 4억9000만건 공개… “국민 더 편리하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화관광분야의 공공데이터 개방으로 전통문양 등 상품디자인 소재 정보를 통해 벤처·창업기업이 만든 상품들이 최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3서울기프트쇼에 전시돼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사례1 = 전국 244개 지방자치단체가 지난 한 해 동안 적발한 위장전입 건수는 158건이다. 이는 전입 신고시 해당 주소가 거주가 불가능한 논, 산지 등이어도 담당자는 이를 알 수 없고 사후에 통장이나 이장을 통해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는 국토교통부의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이 주민등록시스템에 연계됨에 따라 전입 신고시 담당자가 전입주소를 입력하면 그 주소의 항공사진, 건물 명칭·용도 등이 동시에 화면에 뜨기 때문에 위장전입을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사례2 = A 선박회사는 소속 선박 19척을 홍콩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위장해, 파나마 국적으로 편의치적(인건비, 세금 등을 회피하기 위해 외국에 선박을 등록하는 행위)했으며, 이 선박 운영을 통해 벌어들인 돈 1582억 원을 페이퍼컴퍼니에 예치, 세금 334억 원을 탈루했다. 이러한 A사의 탈루혐의 정보를 입수한 관세청은 이 정보를 국세청과 공유, 결국 국세청에서 탈루 국내세금 334억 원을 추징했다.

사례3 = B 씨는 지방세인 자동차세를 장기 체납 중이지만, 국세인 소득세를 매년 환급받고 있다. 이처럼 지방세 체납자가 국세를 환급받은 경우가 지난 3년(2010∼12년)간 72명, 반대로 국세를 체납하면서 지방세를 환급받은 경우는 무려 837명에 이른다. 이는 명백하게 조세정의에 어긋나는 사례지만, 최근까지 국세청과 지자체 상호 간에 환급금에 대한 정보가 교환되지 않았기 때문에 막을 수 없었다. 그러나 안전행정부는 올해 내에 각 지자체와 국세청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상호 환급·체납정보를 공유하는 통합시스템을 구축, 이러한 부당 환급을 원천 봉쇄할 계획이다.

공공기관들이 정보 개방이나 공유를 통해 국민생활을 한층 편리하게 하기 위해 일제히 나섰다. 지난 6월 19일 ‘정부3.0 비전’선포 이후, 공공데이터법·정보공개법이 제·개정되고, 중앙부처와 각 지자체가 기관별 정부3.0 추진계획을 수립해 정부3.0 과제를 본격 추진하면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행부는 ‘정부3.0 비전’선포 100일(9·26)을 맞아, 공공정보의 개방·공유로 나타난 ‘투명한 정부’의 성과를 지난 17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여기에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공공정보의 공개 활성화와 관련한 내용과 앞으로의 계획, 최근의 사전정보 공표 우수사례, 분야별 공공데이터 개방 활성화와 관련된 내용 등이 종합적으로 포함됐다.

안행부는 현재 청구에 의해 31만 건의 공공정보를 공개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생산하는 문서와 과거문서의 원문까지 공개, 2014년에는 4억9000만 건, 그 이후에는 매년 평균 6억5000만여 건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오는 연말까지 원문정보공개시스템을 구축하고 시범기간을 거쳐 내년 3월 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또한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연말까지 정보공개 포털과 각 행정기관의 홈페이지를 전면 개편한다.

안행부는 또 최근의 사전정보공표 우수사례로 ▲855개 유치원 학부모 실제부담금 공개(교육부·8월) ▲건강보험 비대상 의료비용(MRI 등) 비교자료 공개(복지부·9월) 등을 예시했다. 안행부는 기관별 사전정보공표 계획을 전수조사한 결과, 현행 4만7334건에서 6만2988건으로 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앞으로 사전정보공표 활성화를 위해 기관별 전수조사를 재실시, 대대적으로 사전공표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네거티브 원칙(비공개를 제외한 모든 정보 공개)으로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조사해 12월 말까지 공개를 완료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사전정보공표 가이드라인과 표준모델을 마련하는 한편, 전문가 등과의 협업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공공데이터 개방도 활성화된다. 안행부가 기관별 공공데이터 보유현황 및 개방계획을 전수조사한 결과, 중앙부처·지자체·공공기관 등 1576개 기관에서 2만1087종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그중 3395종을 개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는 전 기관이 5개년에 걸쳐 6075종을 추가 개방함으로써 현재보다 2.5배 이상 많은 공공데이터를 국민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개방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개방하되 이러한 일련의 성과가 일자리 창출로 연계되도록 지원, 지리·교통 분야에서 6만6000명, 특허 6800명, 기상 2200명, 공공정책 분야에서 386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안행부는 공공기관 간 정보공유 활성화를 통한 성과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국민건강보험공단, 교통안전공단 등이 지난 8월부터 정보를 공유, 운전면허 발급시의 신체검사를 건보공단의 검진결과로 대체해 연간 300만 명이 161억 원의 혜택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달부터는 관세청과 국세청이 불법외환거래 단속정보를 공유해 국내기업의 해외소득에 대한 세금탈루를 원천 봉쇄한다.

안행부는 현재 249종의 행정정보를 기관 간에 중계해주고 있는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을 확대·개편해 ‘범 정부 정보유통 허브(Hub)’를 구축, 2017년까지 1000여 종의 정보를 유통시킬 예정이다.

유정복 안행부 장관은 “정부3.0은 기존 정부중심에서 국민과 현장 중심으로 행정패러다임을 바꿔가는 것으로서, 이는 공공정보를 개방·공유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