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 농업인 행복찾기>내가 직접 만든 채소만두… “어? 햄버거·피자보다 맛있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 쌀박물관에서 열린 ‘어린이 식사랑 개선교실’에 참가한 아이와 엄마가 식재료를 다듬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공

“아이와 함께 요리를 한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먹거리 교육에 신경 써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기는 한데 집에선 좀처럼 엄두가 나질 않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식(食)교육이라는 게 그리 거창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아이와 함께 음식을 만들고 그 음식을 나눠먹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간이 되는 것 같아요.”

지난 5일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 쌀박물관에는 휴일임에도 불구, 아이와 함께 ‘어린이 식사랑 개선교실’에 참가한 가족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주말을 맞아 박물관을 찾은 일부 방문객은 문밖에서 교실 안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이날 프로그램은 농협과 숙명여대가 공동 진행하는 행사로 6∼11세 연령대 아이가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식교육 프로젝트다. 지난 2월부터 전국 38곳의 도시농협에서 실시하고 있는 어린이 식사랑 개선교실은 현재까지 140회가량 열렸다.

보통 수업은 농협과 숙명여대가 공동개발한 100여 가지의 요리법 가운데 하나를 택해 진행되는데 이날 채택된 요리는 ‘채소치즈만두’였다.

필수영양소 등 먹거리에 대한 강사의 간단한 설명이 끝나자 엄마 아빠는 아이들과 한 팀을 꾸려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엄마는 야채를 다듬고 아이는 그릇에 달걀을 풀었다. 수업 시작 후 강사가 사전 설명을 할 때 소란스럽고 산만하던 아이들이 요리를 시작하자 몰라보게 진지해졌다.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칼질에 나선 한 아이는 혹시 손이라도 다칠까 칼끝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누구보다 눈길을 끌었던 건 이날 요리교실에 참가한 2명의 아빠였다. 아이와 생전 처음 요리를 해보는 아빠들은 서툴지만 조심조심 식재료를 다듬었다. 아내의 권유로 아들 찬희(8) 군과 요리교실을 찾은 김동현(37) 씨는 “아이와 요리를 해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설레는 표정이었다. 그는 “내가 어렸을 때는 집 주변에 논밭이 많아 채소도 따보고 요리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지금 아이들은 그런 산교육을 받을 만한 곳이 거의 없어 안타깝다”면서 “아이들이 우리 농산물과 슬로푸드를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거의 매 주말 딸과 함께 보낸다는 황상수(38) 씨는 “평소에 식교육에 관심이 많아 농작물 체험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아이와 함께 참여하고 있다”면서 “체험 위주의 교육을 하면서 아이의 편식 습관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얼마 시간이 흐르지 않아 교실 안에는 노릇노릇한 군만두 향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채소치즈만두를 맛보기 시작한 테이블은 역시‘모자(母子)팀’이었다. 갓 구운 군만두를 입으로 호호 불어가며 조심스레 입 속에 넣은 유준서(7) 군은 “햄버거 피자만큼이나 맛이 좋다”면서 “엄마와 함께 만든 음식이라 더 맛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 이정임(38) 씨는 “요즘 아이들은 자극적인 음식에 너무 많이 노출돼 있다”면서 “아이가 슬로푸드에 맛을 들일 수 있도록 애를 쓰고 있는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고 털어 놓았다. 이 씨는 “아이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무엇보다 우리 농산물과 먹거리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을 맡은 이나영 숙명여대 음식문화연구원 연구원은 “처음에는 별 반응이 없던 아이들이 직접 야채를 다듬고 만두를 구우면서 재미를 느끼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면서 “자신이 만든 음식에 대한 애착에서 시작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아이들의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