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공소장 변경’ 파장>檢 뿌리깊은 ‘공안-특수’ 갈등 또 표출

검찰이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공소장 변경 철회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전례 없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검찰 사상 최악의 위기라는 자조 섞인 한탄도 나온다.

지난 6월 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적용 여부를 두고 갈등이 표출된 이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거취 논란 및 사퇴, 윤석열(여주지청장) 댓글사건 수사팀장의 직무 배제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내홍은 새 정권과 정권 교체기에 성립된 검찰 지도부 간의 관계가 채 정립되기 전에 새 정부의 정통성 문제와 연결되는 국정원 댓글사건이라는 난제가 던져지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검찰 내부의 뿌리 깊은 갈등 요소인 ‘공안통 대 특수통’의 대립구도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난제’ 국정원 댓글사건= 채 전 총장은 4월 취임하자마자 국정원 댓글사건 처리를 떠안게 됐다.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이 사안에 대해 채 전 총장은 특별수사팀을 꾸리는 방법을 택했다. 일반적으로 선거 사건을 맡는 공안부에 사건을 배당할 경우 야당에서 수사의 공정성에 시비를 걸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채 전 총장은 또한 수사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검찰 수뇌부가 사건의 구체적인 처리 방향을 정하지 않음으로써 수사의 중립성을 담보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정권 탄생의 정당성 문제와도 연결될 수밖에 없고, 전례도 별로 없는 국정원 댓글사건은 계속해서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채 전 총장은 수사팀의 의견을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국정원 댓글사건을 주도한 원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을 적용했지만 내부에서부터 반론이 나왔다. 수사팀을 지휘한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공직선거법 적용에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제동을 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에서는 불쾌한 반응들이 이어져 나왔다. 여권에서는 “1심 결과 공직선거법 무죄가 나오면 채 전 총장은 자리를 보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정원에서도 “댓글은 대북 심리전으로서 고유 업무인데 이를 부정한 수사 결과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검찰을 성토했다.

◆‘공안 대 특수’ 구도도 갈등 부채질=국정원 댓글사건 처리 과정에서 검사 사이에서도 해묵은 갈등이 다시 표면화됐다. 채 전 총장과 가까운 한 검사는 “국정원 댓글사건 이후 외부에서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채 전 총장을 흔들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본다”며 “내부적으로 큰 문제점을 찾을 수 없는 피의자 자살사건 등이 언론에 필요 이상으로 크게 나오는 등 이상하게 생각되는 점이 하나둘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공안통들이 특수통이었던 채 전 총장을 흔들었다는 의미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채 전 총장은 아랫사람 의견을 받아들이는 게 무조건 선(善)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지혜를 좀 발휘할 필요가 있었다”며 “법으로 보장돼 있는 검찰의 선택적 기소권 등을 잘 활용했으면 파장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사건이 여기까지 온 이상 청와대도 전 정권 국정원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선을 긋는 등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