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땐 무조건 기업이 배상하라”

올해 상반기 내내 경제민주화 입법으로 몸살을 앓았던 재계가 이번에는 ‘환경 규제’라는 복병이 숨통을 조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계는 이미 국회를 통과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나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법’(화평법)에다 이와는 별개의 환경 규제 법안이 최근 무더기로 논의되면서 기업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정안,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 제정안,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 ‘탄소세법’ 제정안, ‘환경오염시설통합허가제’ 등의 환경 관련 규제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재계는 이들 법안들이 모두 기업에 엄청난 부담을 지울 우려가 높은 조항들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은 환경오염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한다는 취지로 법 마련이 추진된다. 재계는 그러나 법안이 과실 여부를 떠나 무조건 기업이 피해 배상 주체가 된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행대로 제정되면 환경오염 피해를 주장할 경우 인과관계 입증 없이 배상해야 하기 때문에 남소의 우려가 높다”고 강조했다.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은 자원 소비를 억제하고 폐기물의 양을 극소화하자는 게 입법 취지다. 기업들은 자원순환 목표를 정해 이를 채우지 못하면 부과금을 내야 한다.

재계는 “전 세계적으로 기업에 재활용률 목표를 부과하고 이를 평가해 부과금을 매기는 법은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재활용률을 높이려면 기존 유사 법률을 개정해서도 충분히 입법 목적을 이룰 수 있는 만큼 굳이 새로 법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탄소세법 역시 과도한 기업 부담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에너지세, 온실가스세 등 환경세 비중이 2위로 높은 편인데 여기에 탄소세까지 부담하게 되면 기업 비용 부담이 폭증한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특히 탄소세 제도를 도입한 다른 나라는 법인세 삭감 대신 탄소세를 들여오는 등 전반적인 세수를 조정하면서 도입한 것인 만큼 우리나라도 다른 세제 조정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