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도 시험성적 위조… ‘복마전’ 군납 비리

시험성적서 조작읕 통해 원자력발전소에 부적합 부품이 공급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공인시험성적서 위·변조 수법으로 기준에 맞지 않은 핵심 무기 부품 등이 군에 납품된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은 최근 3년간 납품된 군수품 13만6000여 점을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전수조사한 결과, 공인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34개 업체를 검찰에 고발조치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 업체들이 공인시험성적서를 조작해 납품한 부품과 식품 등은 총 125건이다. 특히 이 가운데에는 K-9 자주포와 K-1 전차 등 한국군의 핵심 무기에 들어가는 부품도 적지 않았다. 당국의 확인결과, K-9 자주포 엔진 과급기와 조향기에 들어가는 부품을 제작하는 업체는 원자재 성분을 속이는 수법으로 허위 시험성적서를 작성했으며, K-1 전차의 변속기에 들어가는 부품을 제작하는 업체들은 인장강도 등을 위조했다.

부적합 부품을 납품한 업체를 유형별로 나눠보면, 지상장비와 항공장비 등 부품류를 제작하는 협력업체가 23곳이었고 이들 업체의 위반 건수는 103건에 달했다. 식품과 피복류 등을 납품한 곳도 11개 업체가 적발됐으며, 이들이 납품한 군수품은 22건이었다. 이들은 공인기관이 발행한 시험성적서의 일부 내용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과거에 발행한 성적서의 날짜를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부적합 군수품을 납품해 왔다

이처럼 군수업체들이 공인시험인증서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납품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당국과 주계약업체의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품원은 주계약업체와 고위험도 제품의 품질관리를 맡고, 협력업체의 품질은 주계약업체가 관리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기품원 관계자는 “위험도가 낮은 부품에서도 대형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며 “앞으로는 공인기관의 시험성적서를 철저히 분석해 이와 같은 일을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