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日本의 역사인식>“혐한 시위대들 韓人 폄하 발언… 관동대지진때 악성루머와 유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인의 반(反)한국 정서는 뿌리 깊다. 한일병합 무렵부터 시작된 ‘조선인 멸시’는 일본 사회에 늘 상존했다가 종종 표면화된다. 편견은 차별의식을 만들고, 이게 심화되면 가해자 심리가 발동된다. 이때 상대가 약자거나 하면 결국 폭력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예가 1923년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이다. 재특회의 헤이트스피치(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 증오 발언)를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재일사학자 강덕상(81·사진) 재일한인역사자료관장이 최근 발생하고 있는 일본 내 혐한시위에 대해 깊은 우려감을 표출했다. 지난 10월 22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만난 강 관장은 “혐한 시위자들의 한국인 폄하 발언은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에 대한 악성루머와 흡사하다”며 “만약 식민지였거나 전쟁 중이라면 이런 편견은 쉽게 학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 관장은 재일교포 2세로 1960년대부터 관동대지진을 연구했다. 관련 논문을 30편 이상 발표했으며, 1990년대 일본 교과서에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내용을 포함시키는 데에도 역할을 했다. 인터뷰는 도쿄 시부야(澁谷)구 요요기(代代木)에 위치한 강 관장 자택에서 이뤄졌다.

―재특회는 일본 사회에서도 문제로 인식된다. 또 다른 우익 잇스이카이(一水會)는 이들에 대해 “신경 쓸 가치도 없다”고 말한다.

“확실히 일본 사회 우익은 ‘마이너(소수)’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 보면 절대 경시할 수 없다. 히틀러를 떠올려라. 특히 일본인들은 단체로 따라 하는 습성이 있으므로, 우익에 대해선 늘 경계해야 한다. 지금 일본은 마치 1930년대 불경기 때 같다. 정치권이 국민에게 희망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 우익들이 쉽게 결집, 발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

―최근의 혐한·반한 정서가 과거의 것과는 어느 정도 다른 듯한데.

“과거의 일본은 조선에 ‘역사적 열등감’이 있다. 식민지를 거치면서 편견을 심고, 결국 우월의식을 가지게 됐다. 최근의 혐한정서는 옛날 콤플렉스가 되살아난 증거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불황에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까지 덮쳤는데, 한국은 한류로 승승장구하고 중국도 급성장했다. 우익과 혐한정서의 발호는 이로 인한 초조감을 감추기 위한 기제이기도 하다.”

―주변국의 비난에도 일본은 역사인식 퇴행을 멈추지 않는다.

“역사교육의 부재다. 끊임없이 자기 민족 아래 다른 민족을 두려고 한다. 일종의 시오니즘(Zionism·고대 유대인들이 고국 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 유대민족주의 운동)이다. 일본의 역사교과서도 문제지만, 지금 상황에선 일반 성인들과 정치인의 의식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국가나 지역 차원에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재교육을 해야 한다.”

도쿄 = 글·사진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