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발전’ 2013 현장 리포트>“12년전 독거노인 돕기서 시작… 3000명 함께 하니 감격”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씨앗 하나가 이처럼 큰 열매를 맺는 아름드리 나무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야쿠르트 아줌마’, ‘여사님’ 등의 호칭으로 불리는 부산 남구 대연동의 이서원(66·사진) 씨는 “동네 구석구석을 가다 보니 어려운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김장을 담가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단순한 아이디어가 이처럼 3000여 명이 동시에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가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이들이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김장을 담그는 데 열중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이 씨의 목소리는 감격 때문인지 떨리기까지 했다.

이 씨는 12년 전 한국야쿠르트 부산 지사에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김장을 해서 독거노인 등 어려운 분들에게 전해 드리자’는 제안을 했다. 당시만 해도 영업장에서 각자 김장을 담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던 일이 이제는 국내 최대 규모의 김장 담그기 행사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는 “동네 구석구석을 잘 아는 야쿠르트 아줌마니까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였다”면서 “본사도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제안을 매우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김치를 전해 드린 동네 어르신이 극진하게 인사를 해올 때마다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그는 “1년에 1번씩 김장을 담가 조금 나눠 드리는 것인데도 너무 고마워하시니까 오히려 많이 드리지 못해 죄송할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이 씨가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33년 전이다. 서울에서 사업에 실패하고 낙향한 후 재기를 위해 카트를 잡았다. 처음에 겪은 고통과 시련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모자를 눌러쓰고 울음을 삼킨 적도 많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누구나 어려움과 고민이 있고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열심히 사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