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경제, 이제는 사회적 기업이다>이주여성 20명 바리스타·파티셰로 ‘정착’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울산 북구 호계동 북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다드림 사업단이 운영하고 있는 다드림 카페 1호점에서 베트남 출신 이주 여성 김현지(베트남 명 수안기·왼쪽) 씨와 한국인 매니저 김수미(가운데) 씨, 베트남 출신 이주 여성 김예린(라리엘) 씨가 직접 만든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울산= 곽시열 기자

‘더 가까워라, 더 사랑하라, 마음과 마음이 맞닿아 더 커진 만큼 온 마음을 다하여 사랑하라.’

울산의 사회적기업인 ‘다드림 사업단’이 내건 슬로건이다. 다드림 사업단은 지난 2009년 다문화 이주 여성들의 취업을 지원하고,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울산 어울림 복지재단이 만든 사회적기업이다. 다드림 사업단이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는 사업은 이주 여성들에게 바리스타 또는 파티셰 교육을 시켜 사업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드림 카페’에 취업시키는 것이다. 다드림 사업단은 사업을 시작한 지 4년여 만에 울산지역에 3개의 다드림 카페를 열었다. 이 과정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울산 지역 기업들의 지원도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1호점에 1000만 원 상당의 커피머신 등 기기류를 제공했고, SK는 3년간 연 1억 원씩을 지원했다. 현대하이스코도 쿠키 공방을 만드는 데 2000만 원을 지원했다. 그 덕분에 다드림 사업단은 지금까지 20명의 이주 여성을 바리스타 또는 파티셰로 취업시키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13일 울산 북구 호계동 북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다드림 카페 1호점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2명의 베트남 출신 이주 여성 2명이 활짝 웃는 얼굴로 “어서 오세요, 무엇을 드릴까요”라며 반겨 주었다. 이들이 다드림 사업단에서 배출한 바리스타와 파티셰들이다.

바리스타 김현지(베트남 명 수안기·32) 씨는 할머니 손님이 가게로 들어오자 능숙한 솜씨로 주문한 커피를 내놓으며 “현금영수증을 해드릴까요? 더 필요한 것은 없나요”라며 밝은 얼굴로 말을 건넸다. 이주 여성의 친절한 응대에 할머니는 아주 만족한듯 “현금영수증만 해줘. 아가씨들이 너무 예쁘네”라며 웃음을 지었다.

김 씨는 2010년부터 이곳 다드림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근무하고 있다. 아들 한 명을 키우고 있는 김 씨는 “처음에는 돈을 벌어 아이 학원비에 보태는 등 가계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 바리스타 교육을 거쳐 카페에서 일하게 됐는데, 지금은 돈도 돈이지만 아이 키우는 방법도 배우고 한국 문화를 빨리 습득할 수 있어서 아주 좋다”고 말했다. 김 씨는 특히 “이곳은 주중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고, 주말은 물론 공휴일에는 무조건 집에서 쉴 수 있어 이보다 좋은 직장은 없는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파티셰로 이곳에서 근무하는 김예린(라리엘·29) 씨도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그의 역할은 순 우리밀을 재료로 빵과 쿠키를 만드는 일이다. 모두 2명의 파티셰가 일하는데 1명은 휴가 중이라 지금은 평소보다 더 바쁘다는 김 씨이지만, 얼굴에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녀는 “내가 만든 빵과 쿠키가 울산시내 3곳의 다드림 카페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자부심도 생기고 제과 제빵 기술도 날로 향상되는 것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3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 김 씨는 “여기서 일하면서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도 나누면서 한국 문화를 빨리 배운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앞으로도 여기서 오래오래 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함께 일하는 한국인 매니저 김수미(41) 씨도 다문화가정 여성들의 빠른 적응과 성장을 칭찬했다. 김 씨는 “처음에는 이들이 많이 서먹해하고 매니저들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요즘은 무슨 일이든 알아서 척척 다한다”며 “이 때문에 이주 여성들에게만 가게를 맡겨둬도 하루 종일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간다”며 만족해했다.

김 씨는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이주 여성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커피를 마시러 들어온 손님들이 종업원들의 얼굴을 마주하고는 외국 여성이라며 수군거릴 때면 가슴이 아프다”며 “그래도 이들이 워낙 깔끔하고 일을 잘해 손님들로부터 칭찬을 들을 때도 많다”고 말했다.

같은 날 낮 12시 30분, 북구 화봉동 울산 북구청사 민원실 앞 다드림 카페 2호점을 찾았다. 이곳은 1호점보다 훨씬 더 많은 손님으로 북적거렸다. 2명의 종업원이 연신 커피를 뽑고 나르는 모습에 섣불리 말을 건네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잠시 쉬는 틈을 타서 이렇게 바쁜데 힘들지 않으냐고 물어보자 베트남 출신 한유미(미아) 씨는 환하게 웃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어서 하나도 힘들지 않다”며 “무엇보다 내가 만든 커피를 다른 사람들이 맛있게 마시는 모습을 보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다드림 카페에서 일하는 게 자기계발로는 최고라는 것이다. 다드림 사업단의 영역은 카페 내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울산시내에서 열리는 전시회나 박람회장에는 어김없이 출장 카페가 따라간다. 돈을 벌겠다기보다는 이 행사를 통해 다문화가정 여성들의 적응력을 높이고, 이들을 편견으로 바라보는 사회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다드림 카페의 전망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당장 내년 3월이면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예비 사회적기업 2년, 사회적기업 3년 등 총 5년이 고작이다. 이에 따라 다드림 카페는 내년부터는 50%씩 지원되던 직원들의 인건비가 단절돼 홀로 자립을 해야 하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다. 장소가 협소한 데다 찾는 손님도 한정돼 있어 매출을 올리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정석 다드림 사업단 단장은 “다드림 카페는 이주 여성들에게는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직장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정부 지원이 중단될 경우 이들을 채용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며 “정부는 사회적기업에 대해 기간이 만료됐다고 일방적으로 지원을 중단할 게 아니라, 기업의 공공성과 실적 등의 평가를 거쳐서라도 지원 기간을 더 늘려주는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 =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