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취임후 첫 전경련 방문>‘오너 리스크’…기업인들 수난의 해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취임 후 처음으로 대기업의 대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해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역설적이게도 기업인들에게는 올해가 ‘악몽의 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취임 초 개혁드라이브가 경제계에 먼저 맞춰져 ‘기업 사정(司正)’이 진행됐고, 사법부의 판단도 대기업 회장의 국가경제적 기여를 고려하지 않는 새 양형기준의 ‘무관용 원칙’이 지배했기 때문이다. 해당기업들에선 경영 공백에 따른 ‘오너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고 이는 곧 경제계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새 정부 들어 첫 ‘대기업 회장 구속’으로 기록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공판이 개시됐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2000억 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이후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전경련 신축회관의 ‘설계자’로 주인공 대접을 받아야 할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도 이날 준공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 13일 조세포탈과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로, 18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아야 한다. 그는 2007년 전경련 회장 재임시절 주요 회원사를 설득해 신축회관 추진을 결정한 주인공이다. 또 지난 16일에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검찰에 소환돼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과 고의적 법정관리 신청 의혹 등에 대해 강도 높게 조사를 받았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도 지난 9월 사기성 CP를 발행해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준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던 지난 1월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계열사 펀드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돼 기업수난사의 신호탄이 됐다. 지난 9월 항소심에선 최 회장에 대한 형량이 유지된 가운데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까지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오너 형제’가 동시에 수감되는 일이 벌어졌다. 최 회장은 내년 2월로 예상되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8월 부실계열사 지원과정의 횡령·배임 혐의로 4년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지난 2월 항소심에서 형량이 3년으로 줄었지만 유죄가 인정됐다. 김 회장 사건은 지난 9월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돼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재심이 진행 중이고, 내년 1월 중순쯤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