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양적완화 엇박자>‘아베노믹스 갈길 멀다’ 기업투자 유인에 주력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일본의 경제를 선순환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16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기준은 (시간이 아니라) 상황”이라며 2015년까지 2년간 2%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는 출구전략을 검토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이 양적완화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기업의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구로다 총재는 “물가가 떨어지면 소비자들이 소비를 연기하게 되고, 기업은 현금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며 “현재 일본의 기업들은 국내총생산(GDP)의 50%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투자는 별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적완화를 통해 물가를 올리는 과정에서 소비와 투자가 촉진돼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양적완화를 통해 장기 금리 인상을 억제하면, 은행·기업·가계가 고정수익형 자산을 고수익 위험자산으로 돌리면서 투자의 균형이 이뤄지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양적완화 유지 전략은 내년 4월 소비세를 현행 5%에서 8%로 인상하는 조치가 단행되면서 물가 불안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도 보인다. 구로다 총재는 “물가불안 위험이 발생할 경우엔 중앙은행뿐 아니라 정부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로다 총재는 다만 양적완화를 통한 물가 상승이 일본 경제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가 잠재 성장률을 2%까지 올리기 위해서는 ‘세 번째 화살’이 여전히 중요하다”며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로 꼽히는 구조개혁 등 ‘성장전략’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디플레이션 탈피’만으로 경제가 성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임금 등 가계 수입이 늘지 않으면서 경기 회복세가 꺾이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지난 20∼30년 간의 추이를 살펴보면 임금은 물가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물가도 계속해서 오르지 않고, 물가가 오르지 않으면 임금도 오르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선진국인 일본이 높은 생산성을 다시 확보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하는 등 노동의 질과 양을 높이면 잠재 성장률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