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신춘문예>막막했던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준 건 소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향한 기다림에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강론을 듣고 성당을 빠져나오는 길에, 당선 소식이 담긴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 기쁨과 두려움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함께 있던 가족들을 안고 발을 구르다 거듭 멍하게 서 있었습니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막막했던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준 것은 늘, 소설이었습니다. 읽으며 위안을 받고, 잘 읽고 있는지 염려하고, 끝내는 읽으며 즐거워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그리고 좋은 소설의 감동을 되살리며 다시 읽어내는 평론가의 안목이 부러워 소설책 위의 활자들을 매만져보곤 했습니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면서도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위안과 동경의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2년, 딸과 함께 하루도 빠짐없이 그림책을 보고 동요를 불렀습니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아마 이 글은 쓰지 못했을 겁니다. 이 글에는 무언가를 읽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쌓인 엄마가 다른 엄마들을 대신해 써내려간 문장들이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부끄럽습니다.

원고를 제출하는 날,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이러다가 원고를 제출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그때의 조바심을 기억하며 지금 이렇게 감사의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어 행복합니다. 공부가 성실하게 읽는 일로부터 시작됨을 가르쳐주신 조남현 선생님과 공부하는 자리에서 배움의 다른 이름이 되어주신 여러 선생님, 당선소식을 함께 기뻐해 줄 선후배와 친구들 정말 고맙습니다. 부족한 글을 세심하게 읽어주신 서영채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정돈된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늦된 사람의 공부에 늘 믿음과 기도로 응원해준 부모님과 동생들, 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게 보는 우리 딸, 늘 아내가 쓴 글의 첫 번째 독자가 되어주는 남편, 고맙고 사랑합니다. 이 고마움과 기쁨, 떨림과 두려움 잊지 않으며 열심히 쓰겠습니다.

▲ 1980년 전북 남원 출생

▲ 2003년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 2010년 서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졸업

▲ 현재 성신여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