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 대장과 오르는 山>‘山神 부부의 전설’ 진안 馬耳山…‘궁예가 넘었다는’ 포천 道馬峙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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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명산으로 불리는 산들 대부분이 그 이름에서부터 역사적 배경을 깔고 있다. 그 가운데서 말과 관련된 이름을 가진 산들도 많다. 2014년이 말의 해인 만큼 말과 관련된 유래를 가진 산들이 주목받는다.

말 모양에서 유래된 설화를 갖고 있는 산으로는 전북 진안군의 마이산(馬耳山·사진)이 대표적이다. 하늘나라에서 죄를 짓고 쫓겨난 산신 부부가 속죄를 위해 인간 세상에서 아이 둘을 낳고 기르며 몇 억겁 인고의 세월을 보내다 승천하려 할 때 부정이 타 이 산의 두 봉우리로 불거졌다는 것. 남편 산신이 승천하는 모습을 누가 볼까 염려돼 밤에 오를 것을 제안했지만 부인 산신이 새벽 승천을 고집해 일찍 치성을 드리러 산을 찾은 아낙에게 들켜 사달이 나고 말았다는 얘기다. 산신들이 승천하는 모습을 보고 놀란 아낙이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산신 부부는 승천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져 지금의 암수 마이봉이 됐다고 전한다.

말을 타고 전쟁을 치르는 장수와의 인연으로 이름 지어진 산도 많다. 강원 화천군 사내면과 경기 포천시 이동면에 걸쳐 있는 백운산의 도마치봉(道馬峙峰)은 태봉의 궁예가 명성산 전투에서 왕건과 싸우다 패해 도망할 때 이 부근을 경유하게 됐는데, 산길이 너무 험해 모두 말에서 내려 걸어서 넘었다 해서 이름 지어졌다고 알려진다.

모양새가 말과 닮아 명명된 곳도 있다. 강원 철원군의 6·25전쟁 당시 격전지 중 하나인 백마고지(白馬高地)가 그렇다. 6·25전쟁 때 서로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포탄을 쏟아부었던 지역으로, 이후 공중에서 보니 백마(白馬)와 같다 해서 이름 붙여진 곳이다. 강원에는 이 외에도 마등령(馬等嶺·인제군 북면), 마대산(馬垈山·영월군 하동면) 등 말과 관련된 산 이름이 많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일대에도 말과 관련된 산들과 봉 이름이 즐비하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과 중곡동에 있는 용마산(龍馬山)은 용마가 탄생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삼국시대 백제와 고구려의 경계였던 이곳에서 장사가 태어나면 역적이 될 상이라고 해 어린아이들을 죽였을 때가 있었는데 어느 날 장사가 될 재목의 아기가 태어나자 걱정하던 부모가 아기를 죽였다. 그 뒤 용마산에서 용마가 나와 다른 곳으로 날아간 데서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경기 이천시 모가면 산내리와 안성시 일죽면의 경계에 있는 마옥산(馬玉山)은 ‘마한의 산’이라는 뜻으로 마국산(馬國山)이라고도 불린다. 조선시대까지 산상에 검은색 말 동상이 있었는데 산신제를 지냈다고 한다. 광복 후 산상에 헬기장을 만들 때 흙으로 만든 망아지가 많이 나왔다고도 한다. 경기 여주시 강천면의 보금산 남쪽 봉우리는 마감산(馬甘山)으로 부른다. 말감산이라고도 하는데 말(馬)은 지명에서는 크다는 의미로 사용되며 감(甘) 역시 큰 대(大)자에서 유래해 ‘제일 큰 산’이라는 뜻이다.

박광재 기자 kj5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