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진통’>“사법부 판단과 다른 입법, 사회적 합의땐 문제 안돼”

재계가 고용노동부의 기존 통상임금 산정지침(예규)을 법에 명시하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 개정 추진에 나선 것과 관련, 법학 전문가들은 대법원의 판단과 다른 입법을 하더라도 사회적인 합의가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사법부는 현행 법 체계에서 법률적 해석과 판단을 하는 것이어서 입법권을 제한하거나 종속시킬 수 없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법부는 현행 법 체계에서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고, 법 자체가 시대나 국민의 법 감정, 현실에 맞지 않다면 입법을 통해 법 개정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동성동본 금혼’의 경우 법적으로 혼인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가 시대상이 달라지면서 합법화됐고, 대표적인 노동악법으로 꼽혔던 ‘제3자 개입 금지’ 원칙은 법 개정을 통해 허용되는 등 사법부 판단과 다른 입법은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다만 “입법 환경이 달라졌다고 법을 개정하더라도 국민적 동의 내지는 사회적 합의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전삼현(법학) 숭실대 교수는 “대부분의 입법이 사법부의 판단을 근거로 논의가 시작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지난 2011년 도입된 집행임원제 역시 법원에서 비등기 이사들을 근로자로 본다고 판단하자, 비등기 임원 보호를 위해 법률에 도입된 제도”라고 소개했다.

하경효 (법학) 고려대 교수는 “새로 입법할 때 기존 판례 등은 참조는 되지만, 입법 자체를 제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