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1953년 還都때 극장에서 ‘갈증’ 풀어… 천상병 시인 처음 본 곳은 음악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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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호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은 영화와 음악 마니아이기도 하다. 그가 쓴 ‘내가 본 영화’에서는 문학과 영화가 서로 경계를 넘나든다. 대하소설 흐름의 파노라마를 보여준 장 루이 바로의 ‘인생유전’,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청춘 영화 ‘나의 청춘 마리안느’ 에서부터 ‘쇼생크 탈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환도하던 1953년엔 여름방학이 근 석달이나 됐습니다. 무교동 한가운데 찌그러져 가는 초가집 한 채에서 호떡을 팔던 것이 묘하게 기억에 남아있어요. 고서점과 함께 우리들에게 문화의 창구가 돼준 것은 극장이란 이름을 붙인 영화관이었어요. 돈암동의 동도, 을지로6가의 계림, 용산쪽의 성남극장 등 변두리 극장은 가난한 학생들이 흔히 찾던 곳입니다.”

그에게 캄캄한 암실에 들어가 이국에서 벌어지는 배우들의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구경한다는 것은 매혹적인 현실도피였다는 것. 그는 아이패드에서 일본의 유명한 영화배우 하라 세쓰코(原節子)의 젊었을 때 사진을 보여주면서 “잉그리드 버그만 뺨치는 미모”라고 얘기했다. 하라 세쓰코는 일본의 명감독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 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개성파 여배우이며 신비에 싸인 인물이다.

유 회장은 음악에도 조예가 깊다. 그가 귀천한 시인 천상병을 처음 본 곳이 음악다방 르네쌍스였다고 한다. 하지만 인상적인 장소로는 명동의 돌체나 인사동의 르네쌍스가 아닌 화신 옆 골목의 ‘쇼팡’이란 다방을 떠올렸다.

그는“규모도 작고 또 얼마 안가 없어졌지만 아담하고 분위기 있는 다방이었다”며 “그곳에 가면 늘 베토벤 현악삼중주 ‘세레나데’가 흘러나왔다. SP판이었기 때문에 3악장 아다지오 부분을 즐겨 틀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N서울타워 근처를 지나갈 적이면 ‘세레나데’의 서정적 멜로디가 머릿속에 떠오르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