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국민참여재판과 선거범죄

홍정기/논설위원

내주 초 20일은 법무부가 입법 재예고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의견 제출 시한이다. 지난해 마지막 하루, 12월 31일의 법무부 공고 제2013-288호와 함께 그 시한의 도래를 지켜봐온 대법원은 아무래도 마뜩찮을 듯싶다. 첫 입법 예고였던 지난해 10월 11일자 법무부 공고 제2013-221호의 시한은 11월 20일이었다. 이후 2개월에 걸쳐 법무부가 긁은 대법원의 자존심이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지난해 가을 첫 예고안이 실은 대법원 국민사법참여위원회의 최종안이었으니 더욱 더….

최종? 입법에 거 무슨 ‘최종’이 있으랴만 국민참여재판법 제55조 제1항은 바로 그 ‘최종’이라는 수사(修辭)를 직접 동원해 대법원의 자신감, 사법참여위의 자부심을 받들어왔다 - ‘국민참여재판의 시행 경과에 대한 분석 등을 통하여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최종적인 형태를 결정하기 위하여 대법원에 국민사법참여위원회를 둔다.’

하기야 법무부의 첫 예고에 앞서 법원행정처가 9월에 펴낸 ‘2013 사법의 현황과 전망’은 2008년 1월 도입한 참여재판의 주요 성과와 의의 평가에 침도 마른다.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며 ‘실시 건수의 지속적인 증가’와 ‘90% 이상 사건에서 배심원 평결과 판결 일치’를 든 첫 대목은 어지간히 밋밋하다. 그러나 곧바로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국민참여재판제도의 최종 형태 결정’으로 내달린다. 아퀴를 지은 결론 대목은 그야말로 클라이맥스다웠지만 좀은 들떴는지 호흡이 버거웠던가 하면 ‘유례’를 ‘유래’로 잘못쓰기까지 했다 - “‘공정하고 합리적인 재판을 위한 직업 법관과 일반 국민의 협력’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세계적으로도 유래 없는 독창적인 재판 제도를 마련하였음.”

그런 자신감·자부심의 대법원이니 재예고안이 얼마나 거북할까. 두 군데가 달라졌고, 그 둘의 협곡으로 더 불쾌해하고 있(단)다.

첫째, 제5조 대상사건의 범위가 달라졌다.

전에는 법원조직법 제32조 제1항의 합의부 관할 사건 가운데 제2호(민사사건), 제5호(지방법원 판사에 대한 제척·기피 사건)를 제외했었는데 재예고안으로 제6호, 그러니까 ‘다른 법률에 의하여 지법 합의부 권한에 속하는 사건’도 제외하자고 하고 있다. 그 ‘다른 법률’의 유별한 예가 공직선거법이다. 선거법 제269조는 선거범과 그 공범의 제1심 재판을 지법·지원의 합의부 관할로 못박고 있다.

재예고안은 ‘당선인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나 ‘당선무효유도죄’같은 어마어마한 죄질 이외에 흔히 봐온 통상적인 선거범죄 또한 참여재판 대상에서 걸러내자는 내용이다. 지난해 10∼11월의 ‘나꼼수’, 시인 안도현의 선거범죄 재판 1심이 무죄 내지 벌금형 선고유예라는 하나마나한 처벌 수위로 끝났고, 그런 시행착오가 되풀이돼선 안된다는 상식 차원의 비판을 나름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둘째, 검사의 권한을 강화했다.

재예고안은 검사의 신청에 따라 법원이 참여재판 배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범죄의 성질 기타 사정으로 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불공평한 판단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을 배제결정 사유로 추가하고 있다. 대법원이 흔쾌해하지 않는 것을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그것도 글쎄…, 거참.

그렇다. 결국은 대법원의 자신감·자부심·자존심의 ‘3자’로 침전된다. 법무부의 재예고안이 법치주의를 후퇴시키느니 어쩌니 하는 것도 그 ‘3자’를 에두르는 둔사(遁辭)로 비친다. 선거범죄가 엄정 단죄, 일벌백계의 대상임은 말할 나위 없다. 선거법 명문의 재판 관할에 앞서 벌이 죄의 무게에 미치지 않고 바로 그게 참여재판의 그늘이라면 당연히, 분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엇비슷한 사례가 재발되지도 않게 해야 한다. 참여재판에 부쳤다가는 감성재판도 지나쳐 아예 인민재판쯤으로 빗나갈 소지가 짚인다면 그 역시 정의의 이름으로 차단해야 한다. 그러자면 검사의 관여 권한을 좀 확장한들 그리 탓할 일도 아닐 것이다. 법원이 지켜보기 나름이고 그것이 법원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니 선거범죄도 참여재판 대상으로 굳히자고만 할 일 아니다. 국민 눈높이를 가늠해 재예고안을 담대히, 너그러이 품어안는 것이 대법원다운 도량일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