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초대석>‘梨大축제 미팅파트너’가 부부 인연으로… ‘전공 달라’ 시너지 대신 경쟁하듯 연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텍 무은재기념관 앞에 놓인 ‘미래의 한국과학자(?)’란 글자가 새겨진 빈 좌대에 김승환(포스텍 물리학과 교수·오른쪽)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소장과 부인 최영주(수학과) 포스텍 교수가 나란히 기댄 채 활짝 웃고 있다. 이 좌대는 포스텍이 모교 출신 노벨상 수상자의 흉상을 놓기 위해 둔 것이다. 포스텍 제공

김승환(55)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소장은 부부교수다. 김 소장은 포스텍 물리학과, 부인 최영주 교수는 같은 대학 수학과에 각각 재직하고 있다. 김 소장은 “공교롭게도 아내와는 생일만 3일 앞선 동갑내기이며 태어난 시(時)도 같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31세의 나이인 1990년 포스텍 고 김호길 박사의 부름을 받고 미국 유학 도중 함께 귀국했다. 고 김 박사는 1986년 개교한 포스텍의 초대 총장이다.

김 소장은 서울대 재학시절인 1979년 이화여대 축제에 참석, 미팅 파트너로 당시 이 대학을 다니던 최 교수를 만난 것이 인연이 돼 결혼했다.

김 소장은 “부부과학자들은 대개 같은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하면서 시너지(synergy)효과를 내지만 우리 부부는 물리학과 수학이라는 다른 분야에서 경쟁하듯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복잡계(Complex System)와 뇌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복잡계는 이를 테면 무수히 많은 반딧불이가 ‘지휘자’도 없이 리듬에 맞춰 일정한 패턴에 따라 섬광을 내는 것을 연구하는 것이다.

김 소장은 2013년 11월 한국과학기자협회로부터 ‘올해의 과학자상’을 수상했다. 최 교수는 정수론(整數論) 분야의 권위자로 정보통신과 보안 분야의 융합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특히 최 교수는 국내 여성과학계에서 누구나 닮고 싶은 여성과학자로 꼽힐 정도로 유명 인사다.

이들은 공통부분도 있다. 과학 대중화와 여성 과학자 양성 등 각종 과학봉사활동에 적극적이다. 김 소장은 2004년 포스텍에서 열린 제35회 ‘국제물리올림피아드’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물리학 분야에서 이러한 대회는 국내에서 처음 열렸다. 당시 이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실무 간사를 맡았던 김 소장은 다양한 국제 과학 분야 네트워크를 가동해 유치에 성공했다.

최 교수는 미국수학회와 미국과학재단이 후원하는 각종 강연에 초청되고 영국 런던 수학회의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오는 7월 세계수학자대회 서울 유치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김 소장은 과학자를 강연자로 초청해 전국 중소도시를 돌며 진행하는 ‘도서관 속의 물리강연’,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국내외 과학계 이슈를 소개해 과학기술의 이해를 돕는 ‘과학자와의 만남’ 등의 과학 대중화사업을 펴고 있다. 최 교수는 여성과학자상 등 각종 수상 상금 중 일부를 후배 여성수학자 양성을 위한 장학기금으로 조성, 지금까지 2000만 원을 대학에 기부했다.

포항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