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지금은 改憲 말할 때 아니다

홍정기/논설위원

개헌론(改憲論) 메아리가 여의도 상공을 또 돌고 떠돈다. 대부분은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하고 1차에 한해 중임할 수 있게 하자는 상식… 아니, 곧이곧대로 말해 좀은 식상한 주장을 앞세운다. 더러는 개인적 혹은 정파적 이해(利害)와 득실 암산(暗算)을 숨기느라 끼리끼리 ‘텐트’를 치고 있다. 남의 시선이 차단된 그 안에서 현행 헌법 대통령제를 타박해 ‘독배(毒盃)’쯤으로 입을 모은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첫 회견에서 블랙홀 비유를 들어 “힘을 합쳐 민생을 안정시키고 경제가 궤도에 오르게 해야 할 시점에 빨려들면 경제회복의 불씨도 꺼질 것”이라고 말렸지만 그렇다고 작심하고 친 그 텐트를 그새 걷고 접을 그들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개헌 지사(志士)’를 자임해온 여야 제제다사(濟濟多士)야 그렇다 쳐도, 강창희 국회의장까지 더 나서고 있다. 24일 기어이 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회’를 출항시켰다. 여야 의원 근 120명이 참여한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과 경주라도 벌이듯 그 위원회더러 자신의 의장 임기 종료 전인 5월 23일까지 단일 개헌 권고안을 내놓게 할 계획이(란)다. 박 대통령이 개헌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앞서 10일 “개헌이 대통령하고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못마땅해한 강 의장의 반문반답(半問半答)은 불순하든지 불손하다, 물론 둘 다일 수 있고….

저들 가운데 누구라도 국회의원 임기제의 일대 혁파도 함께 말한다면 그 진정성이 달리 비칠지 모른다. 이를테면 ‘국회의원 임기는 2년으로 하되, 계속 재임은 3기에 한한다’라는 식으로.

여의도 밖에선 실제로 그런 개헌론이 자맥질하고 있다. ‘대통령 임기 4년, 중임제’에 대해 어깃장 놓자는 ‘국회의원 임기 2년, 4기 연임 불가’가 아니다. 비근한 예로 ‘헌법사용 설명서’(조유진 저, 이학사, 2012.9.10)가 있다 - “국회의원을 평생 직업으로 삼는 ‘정치족’을 규제하기 위해서 연임 제한이 필요하다… 3선 이상의 정치족이 되고 나면 그들은 자신이 국민의 공복이라는 사실을 때때로 잊어버리기도 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수준에서 연속 재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임기도 2년으로 줄여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현행 임기 4년은 너무 길다.”

어떤가. 백번 맞는 말 아닌가.

필자의 12년 전 본란 시론 ‘제3의 개헌론’도 국회의원 2년 임기제 발제였다 - “현행 임기 4년을 앞뒤 2년씩 나눠 원 구성을 달리해왔다. 그렇다면 임기 자체를 그렇게 간추려 국회가 언제 어디서나 민의를 살피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제3 개헌론을 발제한다”(2002.7.12).

이번에도 또 물러서 4년 임기제를 유지하더라도 현행 헌법 제42조에 제2문을 더해 ‘계속 재임은 3기에 한한다’고 개정하는 게 어떨까. 계속 3기 재임 후 얼마간 재충전 시간을 가지고 다시 의정(議政)에 나서는 방안을 어느 국회의원이 겉으로 반색하고 속으로도 환영할까마는….

여하튼 개헌론에 바쁜 선량(選良)이 자신의 계속 재임을 3기로 일단 묶자는 방안을 함께 말할 자신 없다면 그 개헌론 거둬들이는 게 그나마 선량(善良)한 선택이련만.

새누리당 당헌·당규개정특별위원회가 지난 5일 연임 제한을 더 엄격히 하는 방안을 제시하긴 했지만 가관(可觀)은 그 대상이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임기는 4년으로 하며, 계속 재임은 3기에 한한다’는 현행 지방자치법 제95조를 고쳐 3선 아니라 2선으로 단축하자는 방안을 ‘지방자치 대수술’이랍시고 내놓았던 것이다. 왜 자신들의 선수(選數)는 따지긴커녕 쳐다보지도 않고 단체장 선수만 묶으려는 것인지는 묻고말고 할 것 못된다. 지자체 예산을 선거용·선심용으로 쓰지 못하게 하겠다는 투지야 겉 명분, 실은 지방 정치인이 거목(巨木)이 돼 자신들까지 그 그늘에 묻히게 하진 못하겠다는 투기(妬忌)가 먼저 짚인다.

그리 얕은, 그토록 좁은 도량으로 개헌을 공론화하면 백화제방(百花齊放)… 아니, 또 곧이곧대로 말해 중구난방(衆口難防)일밖에. 자칫하면 헌법 전문과 본문 130개조가 죄다 흔들릴 판이다. 국회 주위엔 저들만의 개헌론이 돌고돌지만 여의도 밖에선 ‘개헌의 ㄱ’도 듣기 힘든 어제오늘이다. 그렇다, 지금은 개헌을 말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