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금리 5.5%P 파격인상…‘美 테이퍼링’ 방어

통화 가치 추락으로 위기를 맞은 터키의 중앙은행이 결국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것도 한꺼번에 5.5%포인트를 올리는 파격적인 조치다. 지난 21일 정례 회의에서 성장세 둔화를 우려한 정부의 압력에 금리 동결 조치를 내린 지 불과 1주일 만에 입장을 정반대로 뒤집은 셈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반대를 무릅쓰면서 취한 중앙은행의 이번 조치가 과연 리라화의 급추락세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전 세계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리라화 가치는 지난 1개월간 약 10% 하락한 상태다.

후리예트 등 현지언론들은 28일 중앙은행이 긴급 통화정책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인 1주일 환매조건부채권(REPO) 금리를 4.5%에서 10.0%로 무려 5.5%포인트 인상했다고 보도했다. 1주일 REPO 금리의 인상은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으로, 지난 2010년 5월 1주일 REPO 금리가 도입된 이후 최대 폭이다. 중앙은행은 또 하루짜리 초단기 금융거래인 오버나이트 대출 금리도 7.75%에서 12.0%로 4.25%포인트 인상했다.

중앙은행은 이날 심야회의를 마친 후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대내외 여건에 따라 리라화가 상당한 수준으로 절하됐고 리스크 프리미엄도 증가했다”며 “중앙은행은 물가와 거시경제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방지하고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소비자물가 전망에 중대한 개선이 있을 때까지 긴축 통화기조를 지속할 것”이라며 물가상승률이 내년 중반까지 중기 목표치(5.0%)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은행은 금리 결정에 앞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종전의 5.3%에서 6.6%로 상향조정했다. 지난해 12월 상승률은 7.4%였다.

에르도안 총리는 통화정책위원회 회의 수시간 전에 이란으로 출국하면서 “항상 그랬듯이 지금도 나는 금리 인상에 반대한다”며 “중앙은행의 결정에 간섭할 권한은 없지만 옳은 결정을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급격히 둔화된 성장세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긴축통화정책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금리인상은 서민가계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어 오는 3월 지방선거와 8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편 통화 가치 폭락과 인플레율 상승으로 위기를 맞은 아르헨티나에서는 악셀 키칠료프 경제장관 등 경제 분야 각료 경질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여론조사업체 OPSM의 조사 결과, 응답자의 60.9%가 키칠료프 장관이 주도하는 경제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 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