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설특집-갑오년 한반도의 운세>주역, 처세술부터 우주론 망라… 最古의 유교 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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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周易)이 책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주역’ 하면 대개 운명·사주·점부터 연상한다. 철학서보다 점복(占卜)을 위한 원전(原典)의 이미지가 더 강한 것. 그런데 사실 주역은 유교 경전(經典) 중 하나이다. 동양에서는 가장 오래된 경전이기도 하다. 공자가 극히 받들어 ‘십익(十翼·주역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해석한 이론)’을 세웠고, 주희(朱熹)가 ‘역경(易經)’이라 이름하여 숭상했다. 흉운을 물리치고 길운을 잡는 처세의 지혜부터 우주론적 철학까지 담고 있어서 한국을 비롯한 일본, 베트남 등의 유가사상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한국인들이 집안의 대소사를 앞두고, 혹은 신년 운수를 알아보기 위해 종종 접하는 사주팔자 풀이나 토정비결 등은 주역의 원리와 이론 등을 일부 차용한 것이다. 따라서 기술 혹은 술법(術法)이다. 이를 업으로 삼는 사람을 역술(易術)인이라 부르는 걸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역은 ‘바뀐다’ ‘변한다’의 뜻이다. 한마디로 주역은 천지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현상의 원리를 설명하고 풀이한 책이다. 하지만 그저 세상을 관찰만 하는 건 아니다. 주역의 대가 대산(大山) 김석진 선생을 사사한 최정준 성균관대 겸임교수는 “자연의 흐름을 관찰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세상을 바꾸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최 교수는 “세상을 바꾼다는 의미도 순천자(順天者·하늘의 뜻을 따르는 자)의 뜻이지 역천자(逆天者)가 되라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주역이 점(占)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책은 본래 점서(占書)로서 출발했다.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가 일어났을 때도 주역이 화를 모면한 건 사상서가 아니라 실용적인 점서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사람들이 자연변화에 질서가 있음을 깨달은 후 주역도 이를 추출해 내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전국시대 음양의 관념이 도입되고 보다 합리적인 해석이 이루어지면서 주역은 철학서이자 수양서로 발전한다.

한편,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주팔자 풀이나 토정비결은 주역의 내용을 일부 차용한 것이다. 특히,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수(數)를 괘로 바꾸는 원리는 주역과 같다. 다만, 사주풀이와 토정비결은 생년월일이라는 ‘정해진 것’으로 수를 뽑고, ‘모든 것은 변한다’는 개념을 가진 주역은 우연에 기댄 임의의 수를 뽑는다. 이런 면에서 사주와 토정비결은 운(運)과 명(命) 중 선천적인 ‘명’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이를 통해 ‘운’을 추리하는 추명학에 가깝다. 최 교수는 “얼핏 주역이 생년월일을 근거로 삼는 토정비결보다 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 고의성을 배제하고 우연성·확률로만 이야기하는 주역이 오히려 더 정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정비결은 조선 선조(宣祖) 때 학자 토정(土亭) 이지함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도참서(圖讖書)인데, 정초에 이 책을 통해 한 해의 운수를 알아보는 점복풍속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사주(四柱) 중 태어난 연·월·일 세 가지와 육십갑자(六十甲子)를 이용해 1년 동안의 신수를 달별로 알아보는 방식이다. 생년월일을 수로 바꾸어 괘를 짓고 풀이하는 토정비결은 운세에 관한 경우가 144가지 나오고 주역에서는 4096개가 나온다. 최 교수는 “경우의 수가 많다고 해서 길흉화복을 더 잘 설명해 주는 건 아니다. 사실 모든 것은 음양론처럼 종국에 가면 좋으냐 나쁘냐, 시험에 합격했느냐 떨어졌느냐 등 2분의 1 확률로만 남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역이든, 토정비결이든 중요한 건 현실에 얼마나 잘 맞게 ‘변통’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