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病, 시장실패 아닌 정치실패 산물”

“한국의 대표적 문제로 꼽혀온 소득 불균형·지역격차·사회 갈등 등은 시장 실패가 아닌 정치 실패의 산물들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4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시장 실패? 문제는 정치 실패다’ 토론회에서 한국사회의 제반 문제를 ‘정치 실패’의 현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쏟아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발제에 나선 현진권 한경연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경제 논리와 정치 논리에 차이가 있을 때 경제 논리에 충실하면 경제 성장이 가능하지만, 정치 논리가 우선하면 국가의 미래경제는 어려워진다”면서 “경제 문제에 정치 논리가 우선하는 현상을 정치인의 자질 문제로 보기에는 그 심각성이 도를 넘고 있는 만큼 이제 우리의 정치 문제를 정치 시장의 구조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소장은 공공부문의 행동이 결국에는 사적이익 추구와 같은 구조라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뷰캐넌의 공공선택이론을 인용, “경제민주화와 같은 대중영합적 정책이 선거에서 유리해지려는 정치인의 사적 이익을 극대화해 주지만, 공익에는 해가 되는 정치 실패(political failure)”라고 설명했다.

현 소장은 “아무리 좋은 정치인이라고 해도 일단 정치구조 속에 들어가면 나쁜 정책을 입안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정치 실패를 개선하려면 정치인 개인의 윤리·도덕문제가 아닌 구조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상호 한경연 연구위원은 국회의 의사 결정 방식을 과반수 동의에서 사실상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요구되는 집단결정체제로 바꾼 ‘국회선진화법’의 문제점에 대해 비판했다. 윤 연구위원은 “소수에 의한 다수의 저지를 제도적으로 가능하게 한 국회선진화법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다수결의 원칙을 훼손시키며 아무 일도 하지 못 하는 ‘식물 국회’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사회 비용 측면에서는 국회의원 간 몸싸움이 벌어지는 ‘동물 국회’가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한 ‘식물 국회’보다 더 타당하고 효율적일 수도 있음을 요즘 국회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