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문제’ 南빼고 美와 직거래 의도

남북 고위급 접촉이 12일 오전 10시부터 자정을 조금 넘겨 계속됐지만 북한 핵폐기 문제는 단 1㎜도 진전되지 못했다. 남북이 마라톤회의에서 모든 의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각자의 생각을 모두 쏟아내며 어느 지점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는지 탐색전을 벌인 가운데 북핵 문제는 단칼에 서로의 주장을 묵살하는 의제가 돼버렸다. 북핵폐기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핵심이라는 점에서 향후 최대 난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상황에서 미국과 직접 담판을 벌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과는 논의하고 해결해야 할 핵문제가 존재하지 않으며, 같은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핵 군축회담의 형식으로 일괄타결을 모색하면서 상응하는 경제적 대가를 충분히 받아내겠다는 기존의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가 13일 남북 고위급 접촉에 관한 브리핑에서 밝힌 내용은 이 같은 사실을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 핵문제를 논의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면서 각자의 입장이 요지부동임을 밝혔다. 남측 대표단이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거듭 촉구한 데 대해 북한은 김일성 유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본적으로 핵문제는 남북 간에 논의할 사항이 아니다”면서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또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진행에는 동의했지만, 한·미 연합군사연습 기간에는 상봉 행사를 개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2차 상봉(23∼25일)이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오는 20∼25일, 키 리졸브 연습은 24일 시작될 예정이어서 24∼25일 이틀이 겹친다. 북한이 훈련기간과 겹치는 기간에 상봉행사를 진행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20∼22일(1차), 23~25일(2차) 두 차례로 나뉘어 금강산에서 진행될 예정으로 북한이 군사훈련 기간의 상봉행사를 거부할 경우 이번 상봉행사의 2차 행사가 무산되거나 파행될 가능성이 높다.

남측의 가족이 북한에 사는 가족을 만나는 1차 상봉과는 달리 2차 상봉은 북측 이산가족이 남측의 가족을 만나는 행사다. 따라서 북한이 훈련기간을 이유로 북한에 사는 이산가족을 내려보내지 않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결과적으로 남측의 이산가족만 북측의 가족들을 만나는 파행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로서는 (이틀이) 겹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정부로서는 이산상봉이 지난해에 합의돼서 추진돼온 사항이고 더 이상 연기돼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