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연합군사연습 연기 등 관철 시도

북한의 속내와 향후 전략은 뭘까. 북한이 먼저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안(8일)해 12일 판문점에서 장시간 회담을 했지만 남 측이 수용하기 힘든 요구조건을 내세워 최종 합의를 무산시킨 뒤 내놓을 다음 수가 주목된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 국방위 명의로 3개 요구사항을 담은 ‘중대제안’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강력해 이를 위한 대화 공세를 계속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남 측이 수용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알면서도 끝까지 중대제안 수용만을 고집한다면 이는 사전에 치밀한 전략에 따라 대화의 판을 깨겠다는 속내를 숨긴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리졸브 연습을 이유로 20일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을 무산시킬지 여부가 북한 행보의 바로미터로 평가된다.

남북 양 측은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 연합군사연습의 연관성을 두고 현격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자칫 북한이 키리졸브 연습을 빌미로 이산가족 상봉을 무산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인도주의 문제와 군사적 사안은 별개라고 설명했으나 북 측은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을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끝나는 25일 이후로 연기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당초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키리졸브 연습 전인 오는 17∼22일에 진행할 것을 요구했지만, 북한의 요구에 따라 20∼25일로 결정됐다. 북한의 요구에 따라 결정된 시기와 훈련 일정이 겹치게 된 것인데 일부러 날짜를 중복시킨 뒤 핑계 거리를 만들어 놓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키리졸브는 연례적인 군사연습으로 이미 계획까지 다 짜여졌으며, 주변국에 통보한 상황이어서 일정을 바꿔 달라는 요구는 상식에 어긋난다”며 “북한의 요구는 이산가족 상봉을 무산시킬 빌미를 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북 고위급 관계자들이 뚜렷한 의제 없이 만난 상황에서 회담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되면서, 북한이 지난해와 같이 이산가족 상봉도 무산시킬 수 있다. 지난해 남북은 실무회담을 통해 추석 전(9월 25일) 이산가족 상봉을 계획했으나, 상봉 4일 전에 북한 측이 전격적으로 이를 취소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