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마지막 길에 재 뿌려”

올림픽 2연패에 도전했던 ‘피겨 여왕’ 김연아(24)가 21일 오전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은메달을 획득하는 데 그치자 경기를 지켜본 시민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끝까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 뒤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인 김연아의 모습에 대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는 위로와 격려의 반응도 이어졌다.

이날 밤잠을 설쳐가며 김연아의 경기를 지켜봤다는 직장인 김모(30) 씨는 “피곤하지만 내 인생에서 다시는 한국 선수가 올림픽 피겨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잠도 포기하고 경기를 시청했다”며 “누가 봐도 석연치 않은 판정 때문에 김연아가 금메달을 빼앗긴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 굴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김연아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회사원 최모(31) 씨도 “새벽잠까지 포기하며 경기를 봤는데 눈 뜨고 금메달을 도둑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연아를 올림픽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었는데 심판들이 편파 판정으로 재를 뿌린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역시 밤을 새우며 경기를 지켜봤다는 이준영(30) 씨는 “원통하고 분한 마음”이라면서도 “금메달보다 당당한 은메달이라 여전히 아름다워 보였다”고 했다.

아쉬움 탓에 은퇴를 미뤄 달라는 시민들도 많았다. 직장인 김혜린(여·29) 씨는 경기 결과에 대해 “피겨라는 종목 자체가 주관적 요소가 많다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은퇴를 미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설욕전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도 김연아에 대한 찬사와 격려가 이어졌다. 트위터 아이디 ‘eff＊＊＊’는 “괜찮아. 김연아는 더 이상 메달로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김연아 선수!”라고 적었고, 아이디 ‘jj＊＊＊’는 “김연아는 대한민국의 피겨 영웅이자 여왕이다”고 올렸다.

고서정·이근평 기자 hims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