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협회장 부인이 심판… 판정조작 전력자도… 문제 많았다”

해외 언론들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나온 어이없는 결과에 대해 불공정한 채점과 러시아의 지나친 홈 어드밴티지라며 호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USA투데이는 21일 오전(한국시간) 피겨스케이팅 관련 기사에서 “러시아 선수에게 더 많은 점수를 준 9명의 심판 중 1명은 1998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 판정 조작을 하려다 1년 자격 정지를 받았다”며 “1명은 또 러시아 피겨스케이팅협회 회장의 부인”이라고 폭로했다.

프랑스 스포츠 전문지 레퀴프는 제목에 ‘스캔들’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에게 금메달을 안겨준 채점이 계획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소트니코바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합계 224.59점으로 219.11점의 김연아(24)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은 “소트니코바가 심판 판정 덕에 러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피겨 여자 싱글의 금메달리스트가 됐다”며 “이는 피겨스케이팅 사상 가장 의문스러운 판정”이라고 혹평했다. USA투데이는 “심판진은 대부분 익명이고 그들이 점수를 어떻게 매겼는지 공개되지 않는다”며 “부정이나 밀어주기에 대한 의혹이 나올 수 있다”고 피겨 채점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다. AFP통신은 ‘소트니코바가 논란 많은 금메달을 차지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개최국 러시아의 지나친 홈 어드밴티지에도 화살을 겨눴다. ESPN은 메인 화면에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의 홈 어드밴티지’라는 제목을 내걸었다. LA타임스의 빌 플라시케 기자는 “퀸 연아는 소트니코바보다 더 나았다”며 “러시아는 전날 아이스하키에서 패배한 뒤 새로운 챔피언을 필요로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NBC 방송은 소치올림픽 공식 트위터를 통해 “김연아 은메달, 소트니코바 금메달, 코스트너 동메달. 이 결과에 동의하십니까?”라는 글을 남겼다.

피겨 스타들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1984 사라예보와 1988 캘거리대회에서 올림픽 2연패를 이룬 카타리나 비트(독일)는 독일 방송에 출연해 “소치올림픽 피겨 점수를 이해할 수 없다. 다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1948 장크트모리츠∼1952 오슬로대회에서 남자 싱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딕 버튼(미국)은 자신의 트위터에 “유나(김연아) 네가 진정한 챔피언이다. 넌 오늘 존재가 다른 스케이터였다. 축하한다”는 글을 남겼다.

한편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의 취재현장에서도 편파 판정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한 이탈리아 기자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이 생각난 듯 “또 하나의 피겨 스캔들”이라고 말했다. 당시 피겨스케이팅 페어 경기에서 클린 경기를 한 캐나다가 2위, 점프를 실수한 러시아가 1위를 차지해 판정 시비가 일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나중에 캐나다에 공동 금메달을 수여했다. 이탈리아 팀 관계자는 한국 선수단 관계자를 보더니, 어깨를 두드리며 ‘한국 선수가 우승자’란 의미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이준호 기자 jhlee@munhwa.com
소치 =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