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 판정 ‘보이지 않는 손’… ‘총감독 푸틴’이 만든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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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의 ‘금메달 사냥’을 사실상 진두지휘하는 총감독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대회기간 내내 소치에 머물면서 러시아 선수단의 ‘메달 색깔’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영향력은 21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관전하면서 극에 달했다. 이날 ‘피겨여왕’ 김연아(24)가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에게 금메달을 뺏긴 것도 푸틴 대통령의 입김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프랑스 스포츠 전문지 레퀴프는 피겨스케이팅 결과를 전하는 기사 제목에 ‘스캔들’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그러면서 소트니코바에게 금메달을 안겨준 채점이 계획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이 피겨 경기를 관람할 때마다 심판이 러시아 선수에게 점수를 몰아주는 결과를 얻어냈다는 것이다. 피겨 종목은 심판의 주관적인 판단이 점수로 이어져 메달 색깔에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푸틴 대통령은 피겨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경기장에 나타났고, 그 결과 개최국 러시아가 피겨에 걸린 금메달 5개 중 3개를 따냈다. 푸틴 대통령의 등장은 러시아 측에 유리하도록 판정을 내리는 데 ‘무언의 압력’이 됐고, 이를 두고 ‘푸틴의 점수’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이처럼 러시아 선수단의 사실상 ‘총감독’을 자처한 데는 이번 올림픽에 자신의 ‘정치적 승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스포츠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2007년 과테말라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때 , IOC 위원들을 직접 만나며 평창을 제치고 소치가 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때 러시아가 금메달 3개로 종합순위 11위에 그치자 푸틴은 러시아 스포츠 관련 단체와 간부들의 목을 잇달아 날리며 4년 뒤를 준비해왔다. 이에 따라 이 단체들의 간부가 ‘목숨을 걸고’ 러시아의 금메달 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푸틴은 소치올림픽 예산에 500억 달러(약 53조30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다. 또 개최국으로서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귀화시키고 포상금 액수를 크게 늘리는 등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로 인해 이번 대회에서 러시아가 따낸 금메달 7개 중 쇼트트랙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를 비롯, 피겨스케이팅 페어와 단체에서 금메달을 따낸 우크라이나 출신의 테탸나 볼로소자르(28), 미국의 스노보드 선수 빅 와일드(28) 등 귀화선수들이 금메달 4개를 합작했다.

특히 러시아는 지난 2002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 피겨 페어 종목에서 희대의 스캔들에 휘말린 바 있다. 당시 러시아의 옐레나 베레즈나야-안톤 시하룰리드제 조는 연기 도중 넘어지는 실수를 범했지만 캐나다의 제이미 살레-데이비드 펠티에 조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에 국제빙상연맹(ISU)은 해당 경기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고, 결국 프랑스 심판 마리 렌느 르군느가 매수된 사실을 밝혀냈다. 이로 인해 러시아와 캐나다가 이례적으로 공동 금메달을 받는 것으로 문제는 일단락됐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