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特檢法의 그늘진 미래

홍정기/논설위원

올 한 해는 얼마나 더 자주 듣고 또 지겹게 지켜봐야 할까. 국회가 정확히 1주일 전에 의결해 대통령 공포 절차를 앞둔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은 제2조에서 수사 대상을 투 트랙으로 가설하고 있다. 그 법 없어도 시도 때도 함께 없었던 특검(特檢) 논란이 앞으론 오죽할까.

트랙1은 전래(傳來)의 특검 사건이다 -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

트랙2는 뉴 브랜드다 - 법무부 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

트랙1 특검은 1999년 9월 30일 이래 11차례의 개별 특검 실험을 상시 특검으로 확장한 것이다.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하자면 헌법 제49조를 좇아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이 점, 개별 특검법 입법 때와 다를 것 없다. 다만, 개별 특검법은 대통령이 헌법 제53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앞으론 특검 출현 자체를 막을 대책이 없어진다. 허투루 봐넘길 차이가 아니다. 그 때문에 트랙1 특검은 결국 ‘국회 휘하 상설 특검’이다.

트랙2 특검 곧 ‘법무장관 특검’은… 글쎄.

법무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검찰청법 제8조) 아닌가. 그가 검찰지휘권을 잠시 접고 특검이 나서게 해야겠다고 판단한다면 휘하 검찰을 두 번 죽이는 셈이다. 이를테면 검찰 고위간부의 비리 같은 게 특검 대상이라고 대충 짚고 손 털 것도 아니다. 검사의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기소하는 특임검사 제도가 2010년 11월 이래 성가(聲價)를 구가해왔기 때문이다. 어느 법무장관이 특임검사도 못미더워 특검 카드를 매만진다면 검찰을 그리 만든 자신의 죄책을 먼저 묻고 특검 카드와 자신의 진퇴 카드를 함께 내놓아야 할 것, 안그렇겠는가.

그렇다. 특검의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면 1988년 12월 3일에 가닿는다. 현행 헌법이 시행된 그 해가 저물어가던 그날 조승형 평화민주당 의원 외 67인이 처음으로 ‘특별검사의 임명과 직무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었다. 그 법안을 찾아 훑어보면 그 시절 정치가 그래도 그리 좀스럽진 않았다. 비근한 예로 제1조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각별히 요청되는 정치적인 사건’을 지목했다가 제2조에서 한번 더 풀었더랬다;

제1조(목적) ‘이 법은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에 있어서 정치적 중립성이 각별히 요청되는 정치적 사건을 담당 처리할 특별검사의 임명, 직무 범위 및 인사, 기타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정치적인 사건이라 함은 국회의 국정감사 또는 조사 과정에서 발생 또는 발견된 범죄로서 국회가 고발 또는 조사 요청을 한 사건만을 지칭한다.’

그 첫 특검법안은 이듬해 2월 20일 포말로 흩어졌다. 평민당의 ‘제1 평민’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직은 때가 아니다”며 물리친 그날이다. 그러고는 흘러흘러 26년…, 드디어 상시 특검법이 저렇듯 공포를 앞두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서둘러 제1조부터 한 자 한 자 짚어본다;

제1조(목적) ‘이 법은 범죄 수사와 공소 제기 등에 있어 특정 사건에 한하여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는 특별검사의 임명과 직무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긴 세월의 강 저쪽이쪽의 제1조는 이렇듯 엇비슷하다. 가위 격세 부활(隔世復活)이다.

그 26년에 명멸을 거듭한 이런저런 특검법안이 제19대 국회의 11건을 포함, 도합 67건에 이른다. 곧 공포될 특검법과 오래잖아 트랙1 특검으로 갈아탈 ‘대선 개입 사건 특검법안’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실종 사건 특검법안’, 계 3건을 제외하면 64건이다. 그 중 54건은 폐기·철회돼 입법을 다 마친 것은 10건이다. 그 10건 개별 특검법의 11인 특검을 성·패(成敗)로 가르면 1 대 10이(라는 게 정설이)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계산하면 11분의 1…9.09%, 야멸차게 계산하면 64분의 1…1.56%가 연착륙 확률이다.

그토록 낮디낮은 연착륙 확률의 제도화, 그게 국회 휘하 상설 특검의 법 그 그늘 속 무늬다. 매건 20억 원 이상을 들여야 하는 기구 특검이 아니라 다소간 다행이다만…. 저 제도 특검도 머잖아 그 오십보백보 아류로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