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신뢰다>유행 좇는 영업으로 덩치만 키워 ‘早老현상’

국내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 원인 중 하나로 금융산업의 낮은 경쟁력과 미약한 실물지원기능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14일 ‘한국경제의 구조적 취약성’ 보고서에서 금융의 취약한 경쟁력과 미흡한 실물지원 기능을 취약요인 중 하나로 꼽고 조로(早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요인들로는 급속히 둔화되고 있는 경제성장, 갈수록 높아지는 수출 의존도, 산업의 성장성 약화, 기업 수익성 하락, 낙후된 서비스업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국내 은행들이 외환위기 이후 대형화, 하드웨어 측면의 선진화를 달성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물경제 부진과 함께 빠른 속도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 이전 연평균 9.4%로, GDP성장률을 웃돌던 은행의 자산성장률은 위기 이후 2.6%에 그쳐 금융중개 기능이 위축됐음을 보여줬다. 수익성 지표인 구조적 이익률은 지난해 1.0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2000년 이후부터는 은행산업에서 중장기적인 전략, 목표 없이 단기성과 중심의 경영 행태로 인해 대출의 쏠림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렇다 보니 상품개발, 심사능력 등 핵심역량을 배양하고 차별화된 고객군을 발굴하는 등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노력보다는 시장여건에 따라 유행을 좇는 영업행태를 보이게 됐다”면서 “해외진출 등 국제화에 뒤처지는 등 신규 수익원 확보 노력도 등한시했다”고 비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